민주당도 주류(중도)와 비주류(진보)로 분열됐던 4년 전과 달리 올해는 ‘트럼프 타도’를 기치로 바이든을 중심으로 똘똘 뭉쳤다. 여기에 트럼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및 인종차별 시위 대처 과정에 실망한 중도층과 공화당 성향 유권자들이 바이든 쪽으로 기울고 있다. ‘바이든 대세론’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바이든의 승리를 장담하긴 이르다. 무엇보다 핵심 경합주로 분류되는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애리조나 등 6개 주의 판세가 아슬아슬하다. 현재 이들 6개 주에서 바이든은 트럼프를 평균 4.2%포인트 앞서고 있지만 4년 전 힐러리(5.1%포인트) 때보다 격차가 작다. 힐러리는 2016년 대선 때 유권자 득표수에선 300만 표 가까이 이겼지만 이들 6개 경합주에서 전패하면서 각 주별 선거인단 수에서 트럼프에 뒤졌다.
민주당은 민주당 지지자와 중도층뿐 아니라 ‘반(反)트럼프’를 기치로 공화당 성향 유권자까지 적극 공략하고 있다. 지난주 전당대회 때도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 존 케이식 전 오하이오 주지사, 멕 휘트먼 전 휴렛팩커드 회장 등 바이든 지지를 선언한 공화당 ‘빅샷’들에게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2016년 힐러리 때는 ‘공화당 이탈표’가 대세에 영향을 주지 못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를 수 있다. 당시엔 트럼프가 기득권에 도전하는 ‘아웃사이더’로 비쳤지만 올해 선거는 ‘트럼프 심판’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4년 전 트럼프가 승리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샤이 트럼프의 영향력이 이번에 재연될지도 관건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캠프의 선거운동은 핵심 지지층인 백인 노동자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이를 통해 “숨은 트럼프 지지자들을 최대한 투표장으로 끌어내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인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들 지역은 백인 노동자 비중이 높은 데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가 간발의 차이로 승리한 곳이다.
하지만 바이든은 엘리트 이미지가 강한 힐러리와 달리 펜실베이니아주 중산층 가정 출신으로 백인 노동자층과 정서적으로 가깝다는 점에서 트럼프 캠프가 이들을 성공적으로 공략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많다.
우편투표가 확대되면 백인보다 투표율이 저조한 유색인종 투표가 늘어나 민주당에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우편투표 확대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우편투표가 확대되면 개표가 지연되고 당선자 확정이 늦어지면서 혼란이 벌어져 부정선거 논란이 커질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편적 우편투표를 “사기투표”라고 비난해왔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22일 하원을 소집해 연방 우체국이 우편투표를 방해하지 못하게 하는 동시에 우편투표를 지원할 수 있도록 250억달러를 배정하는 ‘미국을 위한 배달법안’을 통과시켰다. 반면 공화당 소속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성명을 통해 “하원 단독의 우편 서비스 법안을 절대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상원은 공화당이 다수당이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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