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에서 아파트에 비해 선호도가 떨어졌던 주상복합아파트 시세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주상복합은 아파트에 비해 용적률이 높아 오래돼도 재건축하기 어렵다는 결정적인 단점이 있다. 하지만 아파트에 비해 워낙 못 오른 데다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등 지역 대표 주상복합의 신고가가 잇따르고 있다.
도곡동 고급 주상복합 블록에서는 최근 손바뀜이 활발하게 이뤄지며 신고가가 속출하고 있다. ‘타워팰리스 1차’ 전용 84㎡는 지난 4일 22억원에 계약서를 쓰며 지난달 경신한 최고가(19억5000만원)를 갈아치웠다. 바로 옆 한 동짜리 주상복합인 ‘아카데미스위트’ 전용 164㎡도 지난달 6일 22억원에 손바뀜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도곡동 A공인 관계자는 “최근 도곡·대치 등 인근 아파트값이 너무 오르면서 대체재로 이 지역 주상복합을 찾는 매수자가 늘었다”며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이 높아 갭투자를 알아보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양천구 목동의 주상복합도 비슷한 분위기다. 목동 ‘트라팰리스 이스턴에비뉴’ 전용 177㎡는 지난달 27일 29억4500만원에 거래되며 지난 6월(26억8000만원)보다 2억원 넘게 올랐다. 인근의 ‘현대하이페리온 2차’ 전용 119㎡도 지난달 24일 18억7000만원에 손바뀜하며 지난해 7월과 비교해 3억원가량 상승했다.
옛 삼풍백화점 자리에 들어선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전용 174㎡는 지난 6월 22억원에 거래된 뒤 지난달 31일 27억5000만원에 계약서를 쓰며 한 달 만에 5억원 넘게 뛰었다. 광진구 자양동 ‘더샵스타시티’ 전용 163㎡도 지난 3일 22억원에 손바뀜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타워팰리스 2차’ 전용 144㎡는 지난달 30억4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지만, 같은 달 인근 아파트 ‘도곡렉슬’ 전용 134㎡의 거래액(35억9000만원)과 비교하면 면적이 더 넓은데도 가격이 5억원 넘게 낮았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일반 아파트 가격이 뛸 동안 상대적으로 주상복합이 못 오르다 보니 가격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 고급 주상복합의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주택자 규제가 강화되면서 우수한 입지와 학군, 부촌 이미지 등을 갖춘 ‘똘똘한 한 채’로 고급 주상복합이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대형 평수가 많고, 한 건물 내에 상가 등 편의시설을 갖춘 주상복합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 주상복합은 이른바 ‘슬세권(슬리퍼와 같이 편한 복장으로 각종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주거 권역)’으로 꼽힌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2000년대 초반에 건설한 주상복합은 당시 대형 건설사에서 핵심 입지에 고급 자재를 사용해 지은 곳이 많다”며 “리모델링 연한(15년)이 지난 단지에서는 리모델링이 이슈화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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