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 집단 휴진으로 응급 중환자를 받지 못하고, 코로나 검사를 위한 선별진료소 문을 닫은 병원까지 나왔다. 의대정원 400명 증원, 지역의사 3000명 양성, 공공의대 설립, 원격 의료 확대 등 의료계가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정책과제를 투박하게 들고나온 정부나, 이 엄중한 시기에 파업으로 맞대응하는 의료계나 미덥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양비론이 비등하고 있지만, 정부의 신중치 못한 접근방식부터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에서 의대정원 확대 문제가 갖는 이른바 ‘휘발성’이 어떤지 보건복지부가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의료계와의 소통, 공청회 등 여론수렴 및 공론화 과정을 충분히 거치면서 시간을 두고 로드맵을 제시했어야 했다. ‘의사 늘리기’ 문제의 예민성을 몰랐다면 박능후 장관 체제의 복지부는 무능한 것이고, 알면서도 밀어붙이는 식이라면 무모한 행정이다. 일각에서 내놓는 평가처럼 코로나 위기를 이용해 정부가 ‘공공의료 확대’라는 숙제를 슬쩍 풀려고 했다면 이 또한 빈축을 살 일이다.
흔히 ‘정책은 타이밍’이라고 한다. 정책의 예고와 시행, 퇴로까지 시점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좋은 취지의 정책이라도 여건·환경 등 시기를 봐가면서 시도하라는 지적이기도 하다. 장관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처리 못해 총리까지 전면에 나선 것도 볼썽사나운 모양새일뿐더러 서로 간에 불신만 키울 수 있다.
의사협회도 최고의 전문가·과학인 그룹답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 수준 높은 병원과 의사를 더 키워내 한국 의학을 한층 발달시키고 의료서비스도 개선되기를 바라는 국민이 많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의사=공공재’라는 논의점에서 벗어난 불필요한 논쟁도 벌어졌지만, 종합병원이든 개인병원이든 한국 고유의 건강보험제도 속에서 활동한다는 사실도 무시 못 할 현실이다. 정부는 현안 쟁점을 재검토하고, 의료계는 코로나 방어에 전력을 다하는 게 지금의 타개책이다. ‘국민 생명을 담보로 한 치킨게임’이라는 비판에서 어느 쪽도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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