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대장금'이 방송될 때마다 한복을 입고 나와 가족들 앞에서 연기를 했던 꼬마는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한지 1년 여 만에 주연급으로 성장했다. "'대학에 가면 연기를 해도 된다'고 하셔서 진짜 대학만 갔다"면서 시원하게 웃는 김시은이 그 주인공이다. 최근 종영한 MBC '십시일반'에서 까칠하고 도도하지만 따뜻한 인간성을 지닌 독고선을 연기하며 차세대 연기자로 눈도장을 찍은 김시은은 "연기를 반대하시던 부모님도 좋아하셨다"며 "첫 방송부터 '범인이 누구냐'고 물으셔서 곤란했다"고 털어놓으며 달라진 주변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부모님이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며 "앞으로 다양한 작품에서 다양한 매력을 뽐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김시은은 지금의 소속사와 인연을 맺기 전까지 연기를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았다. 인문계 고등학교를 나와 대학도 한국외대 체코어과에 진학했다. 처음 "연기자가 되고싶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놀랐지만, 김시은은 "굉장히 어릴 때부터 꿈이었다"면서 특유의 미소를 보였다.
"다들 어릴 때 그냥 하는 말로 아셨나봐요. 본격적으로 진로를 결정해야할 땐 부모님이 반대하시더라고요. 부모님이 원하는 대학에 가면 연기를 하는데 적어도 방해하진 않겠다고 하셔서(웃음). 다행히 2학기 수시에 붙었어요. 1학기까지 학교를 다니다가 '본격적으로 해보자' 하고 휴학을 하고 오디션을 보러 다녔죠."
처음엔 오디션을 보는 법도, 프로필을 돌리는 법도 몰랐지만 김시은은 이후 주지훈, 손현주, 김동욱, 정려원 등이 소속된 배우 전문 매니지먼트사 키이스트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에서 '왕년의 비행소녀' 오대리 역을 맡으며 드라마로 데뷔했고, 단숨에 '십시일반' 주연에 이름을 올렸다.
'십시일반'에서 연기한 독고선은 사기꾼 아빠 때문에 세상과 인간관계를 스스로 단절한 인물이다. 하지만 화가 유인호(남문철)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앙숙'과 같았던 유빛나(김혜준)에게 마음을 열고, 함께 범인을 추적해 나간다.
유일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미스터리하지 않고, 범인을 추적해 나가던 독고선이었다. 김시은에게 "다들 한번씩 범인으로 몰렸는데, 아무 의심도 받지 않아 섭섭하진 않았냐"고 묻자 "사건을 해결해 나가고, 빛나와 공조하며 성장하는 독고선의 모습도 의미있다고 생각한다"며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독고선도 뭐가 있을꺼야'라고 의심해주셨던 시청자 분들께 너무 감사해요. 처음엔 선이 '밉상'으로 보이지 않을까 걱정도 많이 했어요. 말투 자체가 예쁜 편이 아니다 보니 미워보일 수 있으니까요. 어떻게 풀어나갈까를 생각하다 '은근한 귀여움'으로 밀고나가자고 했죠.(웃음)"
실제로 '십시일반' 촬영장의 막내이기도 했던 김시은을 선배 배우들도 많이 예뻐해 줬다고. 독고선을 연기하다 벽에 부딪혔을 때, 답을 준것도 "선배들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또래 배우였던 김혜준과는 촬영이 끝난 후에도 붙어다니며 '절친'이 됐다고.
"(김혜준) 언니와 저랑은 성격도 잘맞고, 같이 있으면 즐겁고 재밌어요. 둘다 밝고 털털하거든요. 작품 외적으로 친해져서 촬영 할 때에도 정말 친구처럼 자연스러운 '케미'가 나왔어요."
이날 김시은이 하고 온 팔찌도 김혜준이 비즈공예로 만들어 줬다고. 김시은이 SNS에 자랑했던 팔찌를 보여주면서 "평소에도 하고 다닌다"며 "오늘 인터뷰 사진을 보면 언니한테 연락이 올 거 같다"면서 웃기도 했다.
인터뷰 내내 환한 미소로 함께하는 사람까지 기분좋게 만들던 김시은이었다. "실제 성격과 독고선이 너무 다른거 아니냐"고 놀리자 "그래서 오디션을 보러갈 때 외적으로 많이 신경썼다"고 털어 놓았다.
"오디션을 볼 때부터 독고선이었어요. 대본을 보니 독고선은 특이하고, 센 모습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외적인 부분으로 그걸 표현해 보자 해서 빨간 재킷에 똥머리를 하고 갔는데, 그게 눈에 띄지 않았나 싶어요."
'십시일반' 종영 후 다시 "열심히 오디션을 보고 있다"고 밝힌 김시은은 자신의 가장 큰 장점으로 "넘쳐나는 에너지"를 꼽으려 "앞으로 조정석 선배, 레이첼 맥아담스처럼 다양한 표정의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당찬 포부도 잊지 않았다.
"앞으로 '연기 잘한다', '궁금하다'는 말을 듣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아직 오디션을 보는 것도 재밌어요. 그런 긴장감이 좋더라고요. 떨어졌을 땐 속상하지만, 오디션 그 자체도 제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니 감사하더라고요. 올해 안에 또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리고 싶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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