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엔터테인먼트 영토확장 불 붙었다

입력 2020-08-24 15:18   수정 2020-08-24 15:20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엔터테인먼트사업 진출이 활발해졌다. 카카오, 네이버, 엔씨소프트 등이 모두 나섰다. 연예인 콘텐츠를 직접 관리해 충성도 높은 팬들을 자사 플랫폼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 다양한 디지털 실험이 이어진 영향도 받았다.
엔터테인먼트 투자 늘리는 IT기업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엔터테인먼트 자회사 클렙을 설립했다. 8억원을 출자해 지분 66.7%를 확보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친동생인 김택헌 수석부사장이 클렙 대표로 선임됐다. 지금까지 엔씨소프트의 주요 현황을 챙겨온 김 부사장이 경영을 맡아 클렙에 힘이 실릴 것으로 분석된다.

클렙은 웹툰, 온라인 음악 서비스, 인터넷 방송 등 연예 콘텐츠와 IT가 접목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구체화되진 않았지만 연예인 지식재산권(IP)을 통해 확장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이달 초 SM엔터테인먼트 계열사에 1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연예인 라이브 방송 플랫폼 ‘브이라이브’, 글로벌 커뮤니티 멤버십 플랫폼 ‘팬십’ 등 네이버의 연예인 관련 플랫폼에서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들과 협업하기 위해서다.

네이버는 기존에 브이라이브를 통해 방송하던 방탄소년단(BTS)이 자체 방송 플랫폼 위버스를 구축하면서 이들을 뺏긴 경험이 있다. 이 같은 사태를 방지하면서 안정적으로 SM엔터테인먼트의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투자라는 분석이다. 네이버는 2017년 YG엔터테인먼트에도 100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카카오는 직접 인수하는 방식을 통해 엔터테인먼트회사를 차렸다. 2016년 가수 아이유 소속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다. 이후 카카오는 엔터테인먼트 계열사인 카카오M을 출범해 연예기획사 일곱 곳과 음악 레이블 네 곳을 거느린 엔터테인먼트업계 주요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디지털 연예 콘텐츠’ 실험 가속화

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연예인 콘텐츠 수급에 불이 붙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한류 콘텐츠 수출액은 123억달러에 달하는 등 국내 엔터테인먼트산업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정 연예인 관련 콘텐츠는 팬들을 플랫폼으로 쉽게 또 많이 끌어올 수 있는 좋은 무기가 됐다. 카카오는 이를 노려 연내 출시하는 카카오톡 기반 영상 플랫폼에 카카오M 소속 연예인이 다수 등장하는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코로나19 이후 불고 있는 연예 콘텐츠의 디지털 실험은 가뜩이나 가열되던 IT기업 참여에 기름을 부었다. 네이버는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 4월 중순 비대면 온라인 콘서트 ‘비욘드 라이브’를 선보였다. 생중계된 콘서트에서는 실시간 댓글, 디지털 응원봉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팬과 연예인들이 소통할 수 있게 했다. SM의 연합그룹 슈퍼엠의 ‘슈퍼엠-비욘드 더 퓨처’는 세계 109개국, 7만5000명이 동시 관람했다. 오프라인 콘서트 대비 7배 이상 관객을 모았다. BTS도 6월 온라인 콘서트 ‘방방콘’을 열었다. 75만6600명이 콘서트를 시청했으며, 최소 250억원 이상의 티켓 수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IT업계 관계자는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다양한 기술이 콘서트, 라이브 방송 등에 쓰이고 있다”며 “미래를 보고 투자한 IT기업들이 연예 콘텐츠를 더 풍성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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