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화살' 정지영 감독, 스태프 임금 가로챘다"…동료 작가의 폭로

입력 2020-08-24 10:34   수정 2020-08-24 11:07


영화를 통해 사회부조리를 비판해온 유명 영화감독이 함께 일하던 스태프들의 임금을 가로챈 혐의로 고발됐다.

24일 굿로이어스 공익제보센터는 공익제보자를 대리해 '부러진 화살(2011)', '남영동 1985(2012)', '블랙머니(2019)' 등을 연출한 정지영 감독(74) 및 제작사 아우라픽처스에 대해 업무상 횡령, 사기 및 보조금법 위반 혐의로 오후 2시께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정 감독은 일부 스태프의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스태프 인건비 목적으로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받은 지원금을 착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공익제보자에 따르면 정 감독은 2011년 영화산업의 안정적 제작환경 조성 및 영화 스태프 처우개선을 목적으로 영진위가 '부러진 화살'의 제작사 아우라픽처스에 지급한 지원금을 스태프의 통장에 입금했다. 이후 영화 프로듀서의 계좌로 이 돈을 되돌려 받아 횡령한 의혹을 받고있다. 당시 피해 스태프는 1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외에도 정 감독은 2012년 '남영동 1985' 제작 과정에서 일부 스태프에게 지급한 급여 등을 제작사 대표의 계좌로 되돌려 받은 혐의도 있다.

제작사인 아우라픽처스는 정 감독의 가족회사로 그의 아들 정 모씨가 대표이사, 정 감독의 배우자가 감사를 맡고 있다. 정 감독은 사내이사로서 실질적인 경영권과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감독은 빨치산을 소재로 한 '남부군(1990)', 베트남전 후유증을 다룬 '하얀 전쟁(1992)' 등 사회고발성 작품을 제작해왔다. 2010년대에는 사법부에 대한 비판을 담은 '부러진 화살', 고 김근태 전 의원의 고문피해를 조명한 '남영동1985' 등을 연출했다. 지난해에는 왜곡된 금융자본주의의 비리 카르텔을 고발한 '블랙머니'로 주목을 받았다.

정 감독은 사회고발성 다큐멘터리도 제작했다. 2013년에는 '천안함 프로젝트', 2017년에는 '국정교과서 516일 : 끝나지 않은 역사전쟁' 등을 기획·제작했다.

공익제보자는 함께 일해온 한현근 시나리오 작가다. 그는 "정 감독은 제작자로서 오랜 시간 동안 스태프들을 혹사시키고 임금을 착취하는 일을 반복해왔다"고 폭로했다. 한 작가는 고발 이유에 대해 "겉으로는 사회불의에 맞서는 영화를 만들면서 실제로는 불의한 행위를 일삼고 위력을 이용해 갑질하는 것을 제지시키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10여 년이 지난 사건을 뒤늦게 고발하는 이유에 대해 한 작가는 "정 감독을 선배 영화인으로서, 한 사람의 영화감독으로서 좋아했기에 그가 변화하기를 기다렸지만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내가 쓴 시나리오로 만들어진 영화의 진정성조차 의심받게 되는 불명예를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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