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화살', '블랙머니' 등 10여 년을 정지영 감독과 함께 작업해 왔던 한현근 시나리오 작가가 정지영 감독을 고발했다.
한현근 작가는 스태프 임금과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지원금을 정 감독이 횡령했다면서 24일 오후 서울서부지검에 고발장을 접수하며 입장문을 발표했다. 한현근 작가는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며 "얼마 전 후배 작가, 동료 감독에게 놀라운 말을 들었다"면서 고발장을 접수한 이유를 전했다.
한현근 작가는 "후배 작나는 (정지영) 감독님과 5년 동안 일하며 시나리오를 세 편 썼는데 한 푼도 못받았다고 하고, 또 다른 동료 감독은 3년 동안 감독님 회사에서 촬영준비를 했는데, 한 푼도 못받고 끝났다고 한다"며 "두 사람은 영화가 제작되지 않아 수 년의 세월만 낭비했다고 실의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부러진 화사리'은 비뚤어진 권력의 횡포를 고발했는데, 왜 감독님도 횡포를 자행하시는 거냐"며 "'블랙머니'는 건강하지 못한 자본주의와 탐욕을 다뤘는데, 왜 감독님까지 탐욕을 부리시냐"고 전했다.
이어 "영화감독 정지영으로 남으실 수 없었던 거냐"면서 "전후문학을 애독하던 문학청년 정지영, 오발탄을 보고 당신 또한 비판적 리얼리즘 영화를 만들겠다고 꿈꾸었던 신인감독 정지영, 영화계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일이라면 늘 앞장 섰던 사회운동가 정지영, 바로 그 정지영 감독으로 돌아와 달라"고 호소했다.
더불어 "후배 스태프에게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돌려 달라"며 "돌려줘야 할 돈이 있다면 즉시 돌려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지영 감독은 '부러진 화살', '남영동1985', '블랙머니' 등 사회 고발을 주로 만들어왔다. 공익제보자인 한현근 작가는 '부러진 화살', '블랙머니'의 각본을 쓰고, '부러진 화살'의 공동 제작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정지영 감독과 오랜 세월 영화를 함께 해왔던 한 작가는 최근까지 정지영 감독의 차기작 시나리오 집필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현근 작가는 고발장을 통해 "정지영 감독이 2011년 당시 영화산업의 안정적 제작환경 조성 및 영화 스태프 처우개선을 목적으로 영진위에서 '부러진 화살'의 제작사 아우라픽처스에 지급한 지원금을 스태프의 통장에 입금했다가 다시 영화 프로듀서의 계좌로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횡령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당시 피해자는 최대 1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또한 2012년 '남영동 1985' 제작 과정에서 일부 스태프에게 지급한 급여 등을 제작사 대표의 계좌로 되돌려 받는 식으로 횡령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정지영 감독님께.
감독님 안녕하세요.
이 자리에서 이 편지를 드리는 날이 올 줄 몰랐습니다.
그동안 감독님과 함께 만들었던 영화들은 저에겐 모두 자부심으로 남았습니다.
우리는 또 다음 작품을 함께 준비하고 있지요.
그런데 어찌된 일입니까.
저는 얼마전 후배 작가의 말을 듣고 놀랐습니다.
감독님과 5년 동안 일하며 시나리올 세 편 썼는데 한푼도 못 받았다 합니다.
저는 또 동료 감독의 놀라운 말을 들었습니다.
그는 3년간 감독님 회사에서 촬영준비하였는데 한푼도 못받고 끝났다 했습니다.
두 사람은 영화가 제작되지않아 크레짓도 얻지 못 하고 수 년의 세월만 낭비했다며 실의에 빠져있습니다.
또다른 후배 작가는 감독님과 일해 크레짓은 얻었습니다. 그런데 그도 각본료는 0원을 받았다 합니다.
그렇다면 감독님이 지급하기 좋아하시는 스태프 급여는 0원이란 말씀입니까?
부러진 화살은 비뚤어진 권력의 횡포를 고발하였습니다.
그런데 왜 감독님도 횡포를 자행하시는 겁니까?
블랙머니는 건강하지 못한 자본주의와 탐욕을 다뤘습니다.
그런데 왜 감독님까지 탐욕을 부리십니까?
영화감독 정지영으로 남으실 수 없었던 것입니까.
왜 제작에 손을 대셔서 여기에 이렀단 말입니까
전후문학을 애독하던 문학청년 정지영.
오발탄을 보고 당신 또한 비판적 리얼리즘 영화를 만들겠다고 꿈꾸었던 신인감독 정지영,
영화계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일이라면 늘 앞장 섰던 사회운동가 정지영.
바로 그 정지영 감독으로 돌아와 주십시오.
지금이라도 후배 스태프들에게 그들의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돌려주십시오.
지금이라도 동료 영화인들에게 사과하십시오.
우리나라 영화계의 공정한 창작 환경과 법률정비에 누구보다 앞장서고 후배들을 이끌어 주셨지 않았습니까.
스태프에게 돌려줘야할 돈이 있다면 즉시 돌려주십시오.
그리고 다시 우리들의 정지영 감독님으로 돌아와 주십시오.
그렇다면 저는 언제든 감독님과 일할 수 있습니다.
늘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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