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통합신공항 이전과 대구경북행정통합 등 거대 현안이 대구·경북에서 본격 추진되고 있다. 1981년 경북에서 대구광역시가 행정 분리된 이후 40년 만에 대구·경북의 산업과 지형, 도시의 모습이 바뀌는 그랜드 디자인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경북 군위군은 지난달 31일 통합신공항 이전지 확정을 위한 유치 신청을 국방부에 냈다. 이미 유치신청을 한 의성군에 이어 공동후보지 지방자치단체의 유치 신청이 이뤄짐으로써 무산 위기에 빠졌던 통합신공항 이전 사업은 다시 본궤도에 올랐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와 경북이 분리된 지 40여 년 만에 한 가지 목표를 향한 염원으로 대구·경북이 뭉치고 상생한 최초의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대구·경북의 산업, 경제, 지도를 바꿀 사상 최대의 역사적 사건이자 코로나19 이후 한국판 최대의 뉴딜”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경상북도와 대구시에 따르면 1980년 1330만 명이던 수도권 인구는 2020년 7월 현재 2601만 명으로 두 배 가까이로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대구·경북 인구는 495만 명에서 507만 명으로 2.3%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경북은 318만 명에서 264만 명으로 16.9% 감소했다. 대구·경북의 지역내총생산(GRDP)의 전국 비중이 11.8%에서 2018년 8.6%로 줄어들었다.
20대 비례대표였던 강효상 전 의원은 2017년 대구·경북 중견언론인 모임인 아시아포럼21에서 “대구·경북 위기의 원인은 지역에 비전을 주는 그랜드 디자이너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강 전 의원은 영종도공항과 경북고속철도 건설을 입안한 오명 전 건설교통부 장관을 예로 들며 “대구가 정치 경제 문화 등 영남의 중심이었고 1960~1970년대 화섬직물 수출 세계 1위 달성에 기여한 경제도시이자 한강의 기적을 이룬 인재 배출의 본향이었으나 현실은 수도권과의 교육 주거환경 등 격차가 심화되면서 도시 위상이 저하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대구시장, 경북지사, 더불어민주당 의원까지 합쳐 지역이 한목소리를 낼 때 현안을 풀 수 있다”며 “대구·경북 정치인과 지역민들도 자신의 이해관계보다는 미래비전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와 권 시장은 통합신공항사업 무산을 막기 위해 몸을 던졌다. 군위가 막판에 요구한 중재안을 성사시키기 위해 3~4시간 만에 대구·경북 국회의원 25명 전원과 시도의회의원 78명(전체 90명)의 서명을 받는 놀라운 정치력을 발휘했다. 김상걸 경북대 의대교수는 “복잡한 이해관계와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매진하는 두 단체장에게서 시대가 요구하는 그랜드 디자이너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홍 부시장 취임 이후 대구시 경제부서와 경제계에는 모처럼 활기가 돌고 있다. 홍 부시장은 대구 경제의 하도급 중심 시스템의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는 프로젝트에 따라 중소·중견기업들이 협력하는 기업 스스로의 변화를 주문하고 유도하고 있다.
홍 부시장의 이런 정책방향은 과거 일본의 횡청문화, 유럽의 네트워크형 협력을 통한 강소기업 육성과 궤를 같이한다.
대구 신청사 이전, 통합공항 이전부지 선정기준 결정 과정에서 대구·경북 시·도민들은 숙의형 민주주의 방식으로 참여했다. 김태일 영남대 정치학과 교수는 “시민들은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준비돼 있다”며 “오히려 대구·경북의 미래 현안에 대해 정치인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시장은 통합신공항 이전과 관련, “이제 8부 능선을 넘었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의 그랜드 디자인을 위한 앞길에는 통합신공항 건설과 이전지 개발, 통합신공항과의 접근성 개선, 수도권에 대응하는 통합경제권을 위한 대구·경북 행정통합 등 숱한 난제가 놓여 있다. 오창균 대구경북연구원장은 “수도권 블랙홀에 맞서는 지방 경제권을 형성하기 위해 정치·사회·경제적으로 자립적 지역 발전 역량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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