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아이폰 등을 수탁생산하는 대만 폭스콘 등이 중국을 대신할 생산기지로 멕시코를 검토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중 갈등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촉발된 글로벌 공급망 붕괴 우려를 해소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다.
로이터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 협력사인 폭스콘과 페가트론이 멕시코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폭스콘은 올해 안으로 신공장 건립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며, 페가트론은 금융사들과 자금 조달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콘은 이미 멕시코에서 TV, 서버 등을 생산하는 공장 5곳을 가동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로이터에 "폭스콘이 멕시코 정부와 투자 인센티브 논의를 이미 시작했다"며 "멕시코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코로나19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애플의 협력사 중 하나인 중국 럭스셰어도 올해 멕시코 공장 건립을 검토 중이라고 다른 소식통이 전했다. 선전에 본사를 둔 럭스셰어는 아이팟을 주로 생산하는 업체다. 럭스셰어는 최근 또다른 애플 협력사인 대만 윈스트론으로부터 중국 내 아이폰 생산설비를 33억위안(약 5687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윈스트론은 아이폰 생산량 기준 페가트론, 폭스콘에 이어 3위 기업이다.
애플 협력사들이 기존 생산기지인 중국에서 멕시코로 눈을 돌리는 것은 공급망 다변화와 미국 소비시장 공략을 동시에 추진하는 조치로 분석된다. 폭스콘은 지난 12일 투자자 컨퍼런스에서 "세계가 미국과 중국의 'G2' 체제로 나뉘는 데 대응해 폭스콘은 2중의 공급망을 갖춰가고 있다"며 "폭스콘은 이미 전체 생산 기지의 30% 이상을 중국 외 지역으로 이전했다"고 설명했다.
멕시코는 미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인건비가 저렴한 데다 새 북미지역 자유무역협정인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이 발효된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로이터는 중국을 떠나 미국 근처 국가에 생산기지를 마련하는 기업에 세금 등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니어쇼어링' 정책도 기업들의 멕시코 이전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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