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감독기구 '중구난방'…고민 커진 與

입력 2020-08-25 16:33   수정 2020-08-26 01:41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감독기구 신설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부동산시장 안정을 명분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국민을 상대로 ‘감시기구’를 만드는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부동산감독원’에서 출발한 논의가 ‘국민주거정책위원회’ ‘부동산거래원’ 등 중구난방으로 진행되고 있다.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정부 부처 간에도 설립 여부와 관련해 이견이 노출되면서 논의가 답보에 머물 조짐이다.
‘감독’ 명칭 뺀 국민주거정책위로?
민주당 차기 당대표에 도전하는 김부겸 전 의원은 2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리실 소속 국민주거정책위를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다. 김 전 의원은 “당과 정부가 책임지고 부동산 개혁과 국민 주거권 강화를 이루겠다”며 이렇게 밝혔다.

각 부처와 기관에 흩어져 있는 국민 주거 정책을 총괄하는 기구를 새로 만들자는 게 김 전 의원의 주장이다. 단기적으로는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되 향후 정부 조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23번의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면서 국토교통부는 조직이 비대해졌지만, 주택시장을 안정시키지 못했다”며 “주택의 수요와 공급, 공공임대주택 건설, 무주택자에 대한 금융 지원 등 국민의 기본권 차원에서 새 조직을 만들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당대표 후보들은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낙연 의원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부동산감독기구를 준비하라고 지시한 만큼 정부의 후속 조치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속도 못 내는 논의
부동산감독기구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부동산 대책의 실효성을 위해 설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정부와 여당에서 논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아직까지 개별 의견만 표출되고 있을 뿐 당정 간은 물론 당내나 정부 부처 간에도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아직은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며 “부동산감독기구의 기능과 역할, 위상 등을 어느 정도로 할지 정부 내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고민에 빠진 건 부동산감독기구가 출범도 하기 전에 개인의 기본권과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민주당 일부 의원은 부동산감독기구에 계좌추적권까지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여론이 악화하자 여당 내에서는 부동산감독원으로 불렸던 기구 명칭을 ‘부동산거래원’으로 바꾸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이 내세운 국민주거정책위도 명칭에서 ‘감독’이 빠졌다.

정부 내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부동산시장 거래 관련 법을 고쳐서 단속 근거를 마련하고 실질적으로 맡아서 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올해 안에 (설치 근거) 법안이 만들어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반면 기재부는 난색을 보였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0일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부동산감독기구와 관련해 “감독기구를 만드는 것에 대해 협의 초기 단계고, 아무것도 결정된 바가 없다”며 “개인적으로 감독기구를 설치하는 것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부동산시장 상황을 보면서 설치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는 게 기재부 입장이다.
“부동산 입법 신중하라”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소속 의원을 대상으로 무분별한 부동산 관련 입법을 단속하고 나섰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전 비공개회의에서 “부동산 정책은 파급력이 커 중요한 현안”이라며 “개별 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발의하기 전 당 정책위원회를 거쳐서 협의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또 “의원 개인 의견으로 부동산 법안이 발의되면 당 전체 의견인 것처럼 나갈 수 있다”며 “개별 의원의 의견이 당론과 맞지 않을 경우는 잘못된 신호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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