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민감株 '대장'으로 떠오른 자동차株

입력 2020-08-25 16:42   수정 2020-08-26 01:04

반도체는 경기에 따라 주가와 실적이 좌우되는 경기민감주의 대장주로 불렸다. 반도체 업황이 경기를 민감하게 반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반도체보다 더 민감하게 움직이는 업종이 등장했다. 자동차주가 경기민감주의 대표주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 국면에선 이동의 재개가 곧 경기 회복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반기 자동차업종의 실적 전망도 밝아지고 있다.

경기민감주 대장 된 자동차
25일 현대자동차는 2.79% 오른 16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기아자동차도 3.49% 올랐다. 3분기가 시작된 7월 1일부터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69.91%, 34.19% 상승했다. 부진하던 자동차 주가가 3분기 들어 급반등한 것은 코로나19에도 내수가 받쳐줬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들어선 북미 자동차 시장도 회복세를 보이면서 주가가 상승탄력을 받고 있다.

자동차 주가는 경기민감주 내에서도 반등폭이 유달리 컸다. KRX 자동차지수는 3분기 들어 이날까지 34.63% 올랐다. 같은 기간 KRX 반도체지수와 KRX 경기소비재지수는 각각 5.57%, 11.27% 오르는 데 그쳤다. 반도체 주가는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3분기 들어 D램 가격이 하락하는 등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악화한 영향으로 부진했다.

자동차는 지난 4월만 하더라도 코로나19 충격을 가장 크게 받은 업종으로 꼽혔다. 주요 글로벌 자동차 공장들이 가동을 중지하고 미국 내 딜러들도 판매 활동 자체를 멈췄다. 하지만 경제 활동이 재개되면서 눌렸던 수요는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7월 북미지역 자동차 잠정 수출 실적은 지난해 동기 대비 20.1% 늘어난 20억4900만달러다. 6월에는 지난해 동기 대비 25.3% 감소했던 수출 실적이 증가세로 전환했다.

이 영향으로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9728억원으로 3개월 전 전망치(8726억원) 대비 11.48% 늘었다. 같은 기간 기아차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도 3831억원에서 4671억원으로 21.9%나 많아졌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대차와 기아차가 수소차 등 미래 성장동력을 갖추는 동시에 하반기 실적 개선 기대까지 겹치며 경기민감주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상반기엔 내수로 선방했다면 하반기에는 북미 시장에서 신차 효과가 나타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미국에서도 자동차주 ‘쌩쌩’
미국에서도 자동차주 주가가 회복세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는 24일(현지시간) 미국 시장에서 각각 6.13%, 4.80% 올랐다. 두 회사는 3분기 들어 각각 19.80%, 14.80% 상승했다. 같은 기간 경기민감주인 금융업종의 JP모간(6.38%), 항공주인 아메리칸에어라인(2.83%) 등과 비교해도 상승폭이 컸다. 에너지주인 엑슨모빌(-5.59%)과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15.06%)과는 반대 흐름을 보였다.

미국에서 자동차주가 급등한 것은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둔화한 영향이란 분석이다. 이날 미국 확진자는 3만5068명을 기록해 9일 연속 5만 명을 밑돌았다. 코로나19 백신 조기 사용 승인 검토 소식까지 전해지며 경기민감주가 움직였다. 업계에서는 미국 내 확진자 증가세 둔화로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면 그동안 쌓여있던 자동차 재고가 빠르게 소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동차주 상승의 또 다른 동력은 미래차 성장성이다. 현대차 주가가 다른 글로벌 자동차업체 주가에 비해 크게 오른 것도 수소차 등 미래차에 대한 기대가 반영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내 코로나19 증가세 둔화에 따라 경기 회복 기대가 커지자 이동과 관련된 자동차주가 빠르게 회복하는 것”이라며 “테슬라 주가가 급등하면서 자동차업종 전반에 전기차의 성장성을 부여한 것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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