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기업활동 위축" 우려에도 정부 '공정경제 3법' 강행

입력 2020-08-25 16:51   수정 2020-08-26 01:52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의 내용이 담긴 ‘공정경제 3법’ 제·개정안이 2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기업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산업계의 우려가 있었지만 정부는 사실상 원안 그대로 입법을 추진키로 했다.

법무부와 공정위, 금융위원회는 상법 일부개정안과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이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기업지배구조가 개선되고 대기업집단의 부당한 경제력 남용이 근절되며, 금융그룹의 재무건전성이 확보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거래법에선 가격담합과 공급제한, 입찰담합 등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 없이는 검찰이 기소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개정안에는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한 과징금 상한선도 두 배로 높아진다. 작년 기준 공정위가 고발한 사건의 검찰 기소율은 30% 수준에 불과하다. 공정위가 무리한 조사를 남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산업계에선 검찰까지 가세할 경우 기업수사가 더욱 잦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상법 개정안에는 다중대표소송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 도입 등의 내용이 담겼다. 자회사의 이사가 임무를 게을리해 자회사에 손해를 입힐 경우 앞으로 일정 비율(비상장사는 주식의 100분의 1, 상장사는 1만분의 1)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모회사 주주도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된다.

또 현재 이사들을 먼저 선임하고 그중 감사위원을 뽑지만, 앞으론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이 다른 이사들과 분리 선출된다. 상장사 감사위원을 선임·해임할 때 최대주주는 특수관계인 등 합산 3%, 일반주주는 3%를 초과하는 주식에 대해 의결권이 제한된다. 경제계에선 기업들이 줄소송에 휘말리거나 외국계 투기자본으로부터 경영권을 위협받기 쉬워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그룹감독법이 신설되면 비(非)지주 그룹에 대한 정부의 감독이 강화된다. 정부 관계자는 “지주 형태의 금융그룹에 대해선 금융지주회사법을 통해 감독이 이뤄지고 있지만, 비지주 금융그룹은 규제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 법에 따르면 교보·미래에셋·삼성·한화·현대자동차·DB 등 6개 금융그룹이 감독 대상에 오른다. 이들은 소속 금융회사가 공동으로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 금융소비자 보호 등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대표회사를 통해 금융당국에 보고하고 시장에 공시해야 한다.

정부는 이달 말 공정경제 3법 제·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들 법안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야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지만, 21대 국회는 여당이 다수를 장악하고 있어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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