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바비’가 26일 오후 한반도 남단을 강타하며 피해가 속출했다. 항공기 482편이 결항됐고 여객선 157척의 운항도 중단됐다. 전국 곳곳의 가로수와 가로등, 건물 외벽 등이 훼손되는 시설 피해도 잇따랐다. 바비는 27일 오전까지 전국에 강한 바람과 많은 비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됐다. 태풍이 지나간 뒤에도 한동안 비가 이어질 전망이다.
기상청은 “27일 오전까지 서울·인천·경기와 서해 5도가 태풍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이날 오후 전국이 태풍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전까지는 강풍으로 인한 피해를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바비가 26일 밤 12시에 서산 서남서쪽 약 170㎞ 부근 해상을 지나 27일 오전 6시께 백령도 동북동쪽 약 70㎞ 부근 육상에 있을 것으로 봤다. 이때 최대 풍속은 초속 40~43m로 ‘강한’ 강도인 것으로 관측됐다. 최대 풍속이 초속 40m를 넘으면 기차를 탈선시킬 수 있는 수준이다. 초속 44m에 육박하면 사람이나 커다란 돌이 날아갈 정도로 강력하다.
이에 따라 27일 오전까지 바비의 최대 순간 풍속은 서해 5도가 초속 40~60m, 인천·경기 서해안과 연안도서 지역은 초속 30~40m로 예상됐다. 이 밖에 서울·경기 내륙에선 최대 순간 풍속이 초속 20~30m일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 전망이다. 기상청은 강풍으로 인해 야외에 설치된 선별진료소, 건설현장, 철탑 등의 시설물 파손, 농작물 피해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관은 “제주와 서해안 지방에도 최대 순간 풍속이 초속 40~60m에 달하는 매우 강한 바람이 27일 오전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이번 태풍은 강수보다는 바람에 의한 피해에 더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기상청은 바비가 지난해 333억원의 피해와 4명의 인명 피해를 낸 태풍 ‘링링’ 수준으로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봤다. 윤기한 기상청 통보관은 “태풍 영향권을 완전히 벗어난 뒤 최종 집계해봐야겠지만 현재로선 바비가 링링급의 강력 태풍”이라고 설명했다. 링링의 순간 최대 풍속은 흑산도에서 초속 54m에 이르렀다. 바비는 서해상을 경유한 태풍 중 가장 강한 수준의 풍속 기록을 세울 것으로도 예상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30분까지 바비로 인해 가로수나 가로등, 건물 외벽이 훼손되는 등의 시설 피해는 총 66건 발생했다. 887가구에선 정전 피해가 일어났다. 또 9개 공항의 항공기 482편이 결항됐고 99개 항로의 여객선 157척이 통제됐다.
태풍이 지나간 뒤엔 비소식이 이어질 전망이다. 태풍이 남겨놓은 구름에 서쪽에서 몰려든 비구름대가 합쳐져 오는 30일까지 전국적으로 비가 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상청은 29~30일은 전국에 비가 쏟아지고, 다음달 1일엔 호남과 제주에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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