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자산 기준 세계 2위 자산운용사인 뱅가드그룹이 홍콩에서 철수한다. 아시아 본사는 홍콩을 떠나 중국 상하이로 이전하기로 했다.
뱅가드그룹은 26일 홍콩 증권거래소에 성명을 내고 이같이 밝혔다. 뱅가드는 성명에서 "뱅가드는 국제 사업을 정기적으로 검토하며, 홍콩 사업을 중단하자는 결론을 내렸다"며 "홍콩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차차 손을 뗄 것"이라고 발표했다.
뱅가드는 홍콩에서 영업을 중단하는 이유에 대해 "현재 홍콩 시장의 역학 환경이 기관투자자들에게 더 적합하며, 뱅가드가 주력하는 개인투자자용 저비용투자와는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FT는 "스콧 콘킹 아시아부문장이 취임한지 반년만에 이같은 결정이 내려졌다"며 "이미 일부 홍콩 직원들은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날 뱅가드는 홍콩에 있는 아시아 총본부를 중국 상하이로 이전한다고도 밝혔다. 뱅가드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뱅가드가 앞으로 아시아에서 초점을 둘 곳은 중국 본토"라고 말했다.
뱅가드는 몇년 전부터 '중국 집중 전략'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2017년 5월 중국 본토에서 외국자본독자기업(WFOE)을 설립한 당시엔 홍콩 ETF 등 홍콩 내 영업을 축소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작년 12월엔 중국 알리바바의 금융 자회사 앤트그룹과 함께 개인 투자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합작 자문벤처를 출범한다고 밝혔다.
뱅가드의 홍콩 철수는 이르면 6개월에서 늦으면 2년에 걸쳐 이뤄질 계획이다. 뱅가드 관계자는 "현재 운용 중인 포트폴리오는 다른 펀드운용사로 이관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했다.
FT는 “뱅가드의 상하이행은 최근 기업 이탈 우려가 퍼지고 있는 홍콩에 타격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뱅가드는 '인덱스 펀드의 아버지'로 불리는 미국 투자 대가 존 보글이 1975년 설립했다. 올초 기준 자산 운용 규모는 6조2000억달러(약 7360조원)에 달한다.
초대형 운용사가 홍콩 금융시장에서 아예 발을 빼면 다른 기업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홍콩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를 받고 있다. 중국이 최근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강행해 홍콩을 두고 미국과 중국간 갈등이 심해져 기업들의 눈치보기가 불가피해서다.
이날 뱅가드는 별도 성명에서 일본 영업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뱅가드는 "일본에서 모든 운영을 중단한다"며 "새로운 상품도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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