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이 시장에 등장한 건 2004년의 일이다. 비스토 후속으로 만들어졌다. 비스토와 비교해 배기량은 200㏄ 커졌고, 전폭(차량 폭)은 100㎜ 늘었다. 출력이 약하고 내부 공간이 좁다는 소비자의 불만을 수용해서다. 그러다보니 경차가 아닌 소형차로 분류됐다. 취등록세 면제와 유류세 환급, 통행료 감면 등 경차에 제공되는 혜택(현재는 혜택 일부 축소)을 받지 못했다는 의미다. 그 결과 연간 판매량은 1만~2만대 수준에 그쳤다.
모닝의 고공행진은 2008년 시작됐다. 경차 기준이 배기량 800㏄ 미만에서 1000㏄ 미만으로 바뀌면서다. 마침 디자인과 동력성능이 개선된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 '뉴 모닝'이 나왔다. 2008년 모닝은 8만4177대 팔리면서, 국내 판매 3위에 올랐다. 2009~2011년엔 10만대 넘게 판매됐다. 2014년까지만 해도 9만대 선을 지켰다.
모닝이 흔들리기 시작한 건 2015년의 일이다. 8만8455대(2015년)→7만5133대(2016년)→7만437대(2017년)→5만9042대(2018년). 해마다 판매량이 뚝뚝 떨어졌다. 모닝만 추락한 건 아니다. 경차 시장을 놓고 경쟁하던 기아차 레이와 한국GM 스파크도 함께 휘청였다. 경차 자체가 시장에서 인기가 없어졌다는 의미다.
'경차 수난시대'가 온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경차를 대체할 만한 차가 많아졌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대표적이다. 쌍용자동차 티볼리가 출시된 2015년부터 모닝 등 경차 판매량이 뚝 떨어졌다. 이후 현대자동차 코나, 기아차 셀토스, 한국GM 트레일블레이저, 르노삼성 XM3 등 굵직한 소형 SUV들이 쏟아졌다. 올해 팔린 차 여섯 대 중 한 대가 소형 SUV일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경차는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퍼졌고, 소형 SUV는 공간활용성이 좋으면서도 세련됐다는 이미지가 생겼다"며 "가격이 비싸지 않고 크기가 크지 않은 차를 원하는 이들이 경차 대신 소형 SUV를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유비를 아끼기 위해 경차를 선택하던 이들은 친환경자동차로 갈아타고 있다. 올 1~7월 팔린 승용차 10대 중 1대가 친환경차다.
뿐만 아니라 국민 소득이 높아지면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경차의 인기가 줄었다. 2000년대 말 2만달러 수준이던 1인당 국민소득(GNI)은 지난해 3만2115달러로 올라섰다. 낮은 유가도 경차에게는 불리하다. 2010년대 초 L당 1900원을 넘었던 국내 휘발유 평균 가격은 최근 L당 1300원 수준이다.
모닝에게 '제2의 전성기'가 올까. 업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소형 SUV 모델의 인기는 사그라들 분위기가 아니고, 내년이 되면 현대차 아이오닉5 등 차세대 전기차가 쏟아진다. 기아차는 지난 5월 모닝의 부분변경 모델을 내놨지만 성적은 기대 이하다. 업계 관계자는 "모닝 전기차가 나오거나 획기적인 성능과 디자인을 가진 신형 모닝이 나오지 않는 한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며 "2030세대의 마음을 돌리는 게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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