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시원에서 위장전입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아파트 당첨을 위한 거주기간 충족을 위해 다른 지역 고시원에 이름만 얹어 놓은 것이다. 인터넷 카페를 통해 특정 가격 이하로 매물을 내놓지 말라고 유도한 누리꾼은 집값 담합 혐의로 형사 입건됐다.
국토교통부는 26일 진행된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실거래조사결과와 부동산 범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토부 부동산시장불법행위조사대응반과 한국감정원 실거래상설조사팀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신고된 전국 9억원 이상 고가주택 거래 가운데 1705건에 이상거래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대응반은 이 가운데 편법증여와 법인자금 유용 등으로 의심되는 555건을 국세청에 통보하기로 했다. 대출규정 위반 의심 사례 등 37건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행정안전부에 통보하고 명의신탁 의심 사례 8건은 경찰청에 알렸다.
국세청 주요 통보 사례는 법인 배당소득을 이용한 편법증여가 의심되거나 가족끼리 저가거래를 통해 증여세 등을 탈루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 등이다. A씨의 경우 법인 대표의 자녀이나 법인의 주주인데 서울 송파구의 13억5000만원짜리 아파트를 사면서 법인 배당소득 7억5000만원을 활용한 것으로 신고했다. 그러나 이는 A씨가 실제 보유한 지분 0.03%를 초과해 법인 대표인 아버지 B씨가 편법증여한 것으로 대응반은 보고 있다.
C씨의 경우 언니에게 용산 아파트를 11억5000만원에 매수했지만 유사주택이 6개월 전 거래된 가격보다 3억3000만원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약금을 지난해 7월 28일 지급했지만 계약일을 12월 11일로 거짓 신고하기도 했다. 대응반은 특수관계인끼리 저가거래를 통해 양도소득세와 증여세를 탈루하려는 것으로 보고 국세청에 통보했다. 계약일 허위신고에 대해선 지자체에 통보했다.
이번 조사에선 부동산시장 범죄행위 수사를 통해 총 30건, 34명을 형사입건하고 수사가 마무리된 15건이 검찰에 송치됐다. 수사가 진행중인 사안도 395건이다.
형사입건 사례는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집값 담합을 유도하거나 공인중개사들끼리 단체를 구성해 특정 중개사와의 공동중개를 거부한 사례 등이다. 위장전입 등을 활용한 부정청약 사례도 있다.
D씨 등 5명은 다른 지역 고시원에 위장전입했다. 거주의사가 없었지만 해당 지역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기 위해 업주에게 대가를 지불했다. 아파트 우선공급 물량에 청약하기 위해선 해당 지역 거주기간 충족이 필요한데 위장전입을 통해 부정청약해 당첨된 것이다. 이들뿐만 아니다. 대응반은 같은 고시원에 위장전입한 다른 부정청약자 13명에 대한 추가 수사를 진행 중이다.
장애인단체 대표를 맡고 있는 E씨의 경우 특별공급제도를 악용한 부정청약을 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장애인과 국가유공자 등 13명에게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며 접근해 이들의 명의를 빌려 아파트 특별공급에 청약한 것이다. 당첨된 아파트는 전매차익까지 실현했다. 대응반은 D씨와 브로커 등 5명, 명의 대여자 13명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온라인 카페 등에 “△△아파트 ○억 이하로는 내놓지 마세요”등의 글을 작성해 집값 담합을 유도한 F씨의 경우엔 공인중개사법 위반으로 입건됐다. 이 밖에도 공인중개사들끼리 단체를 구성해 소속 회원이 아닌 공인중개사와 공동중개를 거부하거나 회피한 사례도 적발됐다.
국세청은 이번 실거래조사에서 통보받은 탈세 의심사례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금융위와 행안부, 금감원도 대출규정 미준수 의심사례에 대한 점검에 들어간다. 대출금을 사용 목적과 다르게 유용한 경우 회수 등의 조치를 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대응반은 서울 등 수도권 과열우려지역에 대한 고강도 실거래 기획조사도 진행 중이다. 서울 용산정비창과 강남 일대 등 토지거래허가구역과 경기 광명, 구리 등 수도권 지역이다. 이들 지역에 대한 조사 결과는 연내 발표할 예정이다.
또 집값담합에 대한 수사를 포함해 부정청약 사건에 대한 수사도 확대할 계획이다. 허위광고나 과장광고의 경우 감정원 신고센터나 한국인터넷광고재단과 협력해 단속한다. 유튜브나 인터넷 카페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부동산 투자사기 등의 교란행위는 검찰과 경찰과 협력해 대응한단 구상이다.
대응반장인 김수상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부동산투기 근절을 위해 강도 높은 실거래조사와 범죄수사를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며 “국민들의 적극적인 제보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