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눈질해 보니 30대 초반은 돼 보였다. 뜨거운 순대국밥의 김이 잦아들 때까지 두 사람의 미국 나스닥 종목 품평회는 한동안 이어졌다. 엔비디아는 지난 3월 저점의 세 배 가까이로 치솟았고, AMD는 7월에만 47% 급등했다. 두 젊은이가 흥분할 만한 상승률이다. 최근 동문회에서 만난 고향 친구는 “20년 넘게 주식하면서 까먹은 돈을 아마존으로 다 메웠다”고 자랑했다.
증권사들도 바빠졌다. 국내 주식시장은 ‘평생 무료 수수료’ 같은 출혈경쟁에 빠진 지 오래다. 반면 해외주식은 매매수수료는 물론 환전에도 비용을 붙일 수 있어 증권사로선 군침을 흘릴 만하다. 일부 대형 증권사는 올해 해외주식 수수료 수입만 1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서비스도 진화하고 있다. 한 주에 수십만, 수백만원 하는 종목을 1000원씩 또는 소수점 단위로 쪼개 사는 것도 가능하다. 주식 이름을 정확히 몰라도 초성만 입력하면 찾아주는 앱도 나왔다. 2차전지 같은 테마만 제시하면 관련 추천주가 일목요연하게 제시된다. ‘잘 몰라도 해외주식에 투자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다.
서학개미의 해피엔딩을 기원하는 마음은 간절하지만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남들 얘기 듣고 몇 번 재미를 볼 수는 있어도 ‘스마트 개미’ 수준에 오르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만난 한 증권사 임원은 이런 경험담을 들려줬다. 거액을 굴리는 개인 투자자들을 상대로 영업하며 겪은 에피소드다. 기업분석 보고서나 투자정보 제공 서비스를 어떻게 개선하면 더 도움이 되겠냐고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리포트는 그 정도면 됐고, 시장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나만의 투자 원칙을 지킬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아주는 좋은 글귀를 자주 보내주면 좋겠습니다.”
워런 버핏의 동업자 찰리 멍거가 이런 말을 한 것도 비슷한 이유 아닐까 싶다. “잠자리에 들 때는 그날 일어났을 때보다 조금이라도 더 똑똑해져 있어야 한다.”
bon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