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컴퓨터그룹(한컴그룹)이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업으로 환골탈태했다.
한때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토종 소프트웨어(SW) 기업의 상징이던 이 회사는 2000년대 이후 경영권·저작권 분쟁으로 고전했다. ‘한컴오피스’ 등 오피스 SW 외 뚜렷한 수익원을 찾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김상철 회장이 인수한 2010년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분야별 1위 기업을 인수하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과 국내외 기업을 가리지 않는 적극적인 파트너십으로 블록체인, 인공지능(AI), 로봇, 드론, 모빌리티 등 신사업 분야를 빠르게 키웠다. 10여 년에 걸친 김 회장의 변혁이 최근 결실을 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컴그룹이 2017년 인수한 개인 안전장비 전문 기업 한컴라이프케어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새롭게 시작한 방역마스크 사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호조세다. 최근 연간 최대 4억 장의 생산 역량을 확보한데 이어 6억 장까지 확대를 추진하며 미국에 마스크를 수출하고 있다. 한컴라이프케어는 주력 사업인 소방용 공기호흡기·방독면 사업에서의 입지도 굳혔다. 국내 소방용 공기호흡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컴그룹의 정보기술(IT) 역량을 접목한 신제품도 출시했다.
한컴그룹은 클라우드 사업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기기나 장소에 상관없이 문서 편집이 가능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한컴스페이스’는 재택근무와 온라인 개학 등에 따라 이용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한컴의 웹오피스 솔루션은 아마존웹서비스(AWS)의 글로벌 문서편집 서비스인 ‘워크독스’에 적용되기도 했다. AWS와의 협력을 계기로 다양한 사업자와 손을 잡기 시작했다. 올해는 네이버 ‘웨일브라우저’와 NHN ‘토스트 워크플레이스 두레이’ 등에도 웹오피스 솔루션을 연동했다.
한컴그룹은 AI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중국 4대 AI 기업 중 하나인 ‘아이플라이텍’과 함께 AI 전문 합작법인 ‘아큐플라이 AI’를 지난해 설립했다. 지난해 휴대용 AI 통번역기 ‘지니톡 고!’를 출시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에는 ‘한컴 AI 체크 25’ 서비스를 내놨다. 다수 자가격리자, 해외 입국자 등의 건강 상태를 빠르게 체크할 수 있는 서비스다. 서울, 경기, 대구, 전북 전주 등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활용됐다. 한컴은 AI 콜센터 기술을 금융·의료·공공·교육 분야 등으로 확대 공급할 계획이다.
한컴그룹의 AI 기술은 로봇 사업과 시너지를 내고 있다. 한컴로보틱스의 홈서비스 로봇 ‘토키’에 음성인식, 인물 식별 등 AI 기술을 적용했다. 사람과 비슷한 모양의 토키는 지식검색, 학습, 영상통화 기능과 교육용 콘텐츠를 장착했다. 한컴로보틱스는 최근 윤선생그룹 및 카카오 계열사인 키즈노트와 손잡고 교육·육아 분야로 토키의 활용 범위를 넓혔다.
블록체인 사업도 활발하다. 한컴위드는 2018년 자체 기술로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 ‘한컴 에스렛저’를 공개했다. 최근에는 ‘한컴오피스 2020’에 문서 진본 확인 서비스를 탑재하는 등 이 기술을 실생활에 접목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블록체인 기반 금 거래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최근 금 거래소 선학골드유를 인수했다. 다른 금융 서비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음성화된 금 거래 시장의 신뢰도를 블록체인으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금 거래를 연계한 다양한 신사업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노인 헬스케어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한컴위드는 IT를 접목한 데이케어센터 ‘한컴 말랑말랑 행복케어’를 최근 서울 도봉구, 경기 수원시 팔달구, 경기 용인시, 부산 해운대구, 제주 서귀포시에 열었다. 인지훈련 치매 예방 가상현실(VR), 건강 상태와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 등을 제공한다. 한컴위드는 2023년까지 3000곳의 데이케어센터를 확보할 계획이다.
한컴그룹은 모빌리티(이동 수단) 사업도 하고 있다. 공유주차 플랫폼 기업 ‘한컴모빌리티’는 지난해 서울시의 사물인터넷(IoT) 공유주차 기업으로 선정됐다. 현재 마포·구로·영등포·중·송파·강남구 등 10여 개 서울 및 부산 자치구와 업무협약을 맺고 공유주차 서비스를 하고 있다. 주거지 전용 주차장을 배정받은 주민이 주차면을 사용하지 않는 유휴시간에 이를 공유해 수익을 올리는 서비스다. 주차하는 운전자는 민간 주차장에 비해 30~50% 싼 가격에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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