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태영건설의 수처리 자회사 TSK코퍼레이션 지분을 미국계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매각한다. 이로써 10년간 이어진 SK와 태영 간의 환경사업 동맹이 막을 내리게 됐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SK건설은 보유 중인 TSK코퍼레이션 지분 16.7%를 KKR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조만간 체결한다. 거래금액은 최소 1600억원에서 최대 2000억원 사이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해진다. SK건설은 2010년 당시 태영환경(현 TSK코퍼레이션)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이후 추가 자금 투입 등을 통해 태영건설과 환경사업 동맹을 맺어왔다. 현재 SK건설은 TSK코퍼레이션 모회사인 태영건설(지분율 62.61%)에 이은 2대주주다.
시장에서는 이번 거래가 성사된 배경에 SK건설과 KKR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덕분인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SK건설은 TSK코퍼레이션 지분 매각으로 국내 1위 환경 폐기물 업체인 EMC홀딩스를 인수하는 자금을 조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SK건설은 지난 19일 PEF 운용사 어펄마캐피탈이 보유한 EMC홀딩스 지분 100%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현재 세부 조건 협상을 벌이고 있는 단계다. EMC 인수금액은 1조원을 상회한다. 지난 6월 말 기준 보유현금이 6024억원인 SK건설로서는 TSK코퍼레이션 지분 매각대금이 자금 조달에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보인다.
KKR로서도 이 상황이 나쁘지 않다. KKR은 지난 6월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의료 폐기물 업체인 ESG그룹을 8750억원에 인수해 최근 잔금까지 납입을 끝마쳤다. KKR로서는 이번 지분 인수가 향후 폐기물업체인 ESG그룹과 수처리 업체인 TSK코퍼레이션의 시너지 효과를 염두에 둔 행보인 셈이다.
KKR은 SK건설 측에 경업금지 조건을 빼주는 데에도 합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건설이 TSK코퍼레이션 지분을 KKR에 털어내면서 곧바로 동일 업종인 EMC홀딩스를 인수하려면 KKR의 통큰 양보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면서 이같은 거래가 극적으로 성사될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환경 폐기물 분야 인수합병(M&A) 시장은 더욱 숨가쁘게 진행됐다. SK그룹의 EMC 인수와 KKR의 ESG그룹 인수뿐만 아니라 앞서 IS동서-E&F파트너스 컨소시엄도 맥쿼리PE로부터 코엔텍·세한환경을 약 5500억원에 인수했다. 지금까지 이 시장에서는 어펄마와 맥쿼리PE 등 재무적투자자(FI)인 PEF이 중소형 업체를 흡수해서 대형화를 추구했다면, 앞으로는 몇 곳의 전략적투자자(SI)가 과점하면서 다양한 전략을 추구하는 시장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리안/차준호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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