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을 위해 스스로 요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오늘은 뭘 먹지? 뭘 먹어야 건강해지지? 뭘 먹어야 잘 먹었다 할 수 있을까?” 세계 평화를 논하는 것보다 1000만 배는 더 어려운 물음이다.
‘요알못(요리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부터 베테랑 주부, 요리사까지 아우를 만한 음식 관련 신간들이 잇달아 나왔다. 하루하루 식탁에 오르는 요리를 역사와 철학, 사회 분야와 엮은 책, 잘 먹는 것만으로 뇌를 건강하게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하는 책, 맛있고 건강한 요리에 필요한 각종 도구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음식에 대한 거의 모든 생각》의 저자 마틴 코언은 영국 철학자다. 이 책에선 “최초의 음식 전문가는 철학자들이었다”고 말한다. 무엇을 어떻게 먹을지 고민하는 과정도 사색의 일부로 봤기 때문이다. 플라톤과 루소는 제철 과일과 견과류를 즐겼다. 니체는 육식주의자였다. 슬로푸드 운동가들은 패스트푸드에 맞서 집 근처에서 생산되는 신선한 재료와 전통 요리법을 지켰다. 저자는 “건강한 식생활에 대한 수많은 조언과 상술에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며 “내가 먹는 음식을 남이 결정하게 두지 말라”고 조언한다.
《클린 브레인》은 전작 《그레인 브레인》에서 탄수화물 과다 섭취가 뇌에 끼치는 영향을 설파하며 ‘저탄고지(탄수화물을 줄이고 지방을 늘린 식단)’ 풍을 일으킨 데이비드 펄머터의 신작이다. 이번엔 뇌와 몸을 살리기 위한 10일 프로그램 ‘브레인 워시’를 제시한다. 디지털 디톡스, 가족과 친구들과의 공감 강화, 자연에서 보내는 시간 늘리기, 식탁에 올릴 음식과 버릴 음식 구분하기, 숙면과 운동, 명상 등을 통해 뇌를 깨끗하게 청소하고 건강한 식단을 짜는 과정이다.
《조리 도구의 세계》는 음식 평론가 이용재와 만화가 정이용이 손잡고 부엌에 반드시 있어야 할 도구들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한 책이다. 저자는 “가정과 학교와 사회에서 조리에 대해 전혀 훈련받아본 적이 없는 초심자들이 곧바로 생계형 조리의 전선으로 투입될 수밖에 없는 게 한국의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엄마가 해 주는 ‘집밥’의 시대는 갔다”며 스스로 음식을 만들기 위해선 적절한 도구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칼과 장갑, 냄비 등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도구뿐만 아니라 계량 도구도 꼭 갖춰야 한다고 권한다. 저자는 타이머, 저울, 온도계, 계량컵을 ‘주방사우’라 부르며 “요리 초보자들에겐 이 네 가지가 음식의 맛과 조리 과정의 효율을 담보하는 도구”라고 전한다.
《미식 예찬》을 쓴 프랑스의 법률가 브리야 사바랭은 “당신이 무엇을 먹었는지 말해 달라. 그럼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겠다”는 명언을 남겼다. 코로나19가 판치는 요즘, 보다 건강하고 성숙해지기 위해 아주 잠깐만이라도 ‘오늘 먹을 음식’을 고민해 보자.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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