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한국 등 세계 48개국의 핵심 종목들로 구성된 글로벌 증시 지수가 26일(현지시간) 사상 최고점을 돌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각국이 유동성 공급에 적극 나선 결과라는 분석이다. 코로나 시대 경제 구조의 디지털 전환이 급속히 이뤄지면서 최대 혜택을 받고 있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테슬라 등 ‘빅테크 기업’이 증시를 견인하고 있다. 증시 과열 논란과 함께 ‘주가 양극화’도 심해지는 양상이다.
세계 증시 상승을 견인한 건 역시 대형 정보기술(IT)주였다. 애플과 MS, 아마존 등은 저점(2월)이 아닌 연초와 비교해도 예외없이 40% 넘게 급등했다.
다만 각 종목 사이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여전했다. 전체의 3분의 1 정도만 올해 평균 지수 상승률(3.1%)을 웃돌았다. 절반 가까운 종목의 주가는 연초 대비 10% 넘게 떨어졌다. S&P500 및 나스닥지수에서도 이런 극단적인 쏠림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증시 거품론을 둘러싼 논쟁도 격화하고 있다. 그랜트 보워스 프랭클린템플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최악의 시기는 지났다. 이제 내년 그리고 후년의 기업들 실적을 따져볼 때”라고 했다. JP모간도 “최근 증시 상승은 강력한 실적이 뒷받침하고 있다”며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투자회사 오메가어드바이저스의 리언 쿠퍼먼 회장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미 중앙은행(Fed)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투기적 거품을 만들었다”며 “급증하는 미국 부채가 결국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 기간 Fed가 물가의 단기 과열을 용인하는 식으로 통화정책 틀을 바꿀 것으로 보고 있다. 평균물가목표제(Average Inflation Target·AIT) 도입을 통해서다. 물가상승률이 Fed의 관리 목표(연 2.0%)를 일시 초과해도 평균치에 부합하면 용인할 것이란 얘기다. ‘물가 유지’가 최대 목표인 미 중앙은행이 이처럼 큰 틀의 정책까지 바꾸면 향후 수년간 통화긴축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Fed는 2012년 2.0% 목표를 제시했으나 이를 초과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댄 나일스 알파원캐피털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Fed가 저금리 기조 속에서 물가 상승을 용인할 것이란 메시지를 던지면 증시엔 매우 긍정적인 소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인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CNBC에 출연해 “Fed가 물가 과열을 용인하는 걸 지지하지 않는다”고 반론을 폈다. Fed가 물가 상승을 용인하는 발언을 내놓을 경우 금값이 더 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이 인플레이션을 회피할 수 있는 대표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 FTSE 올월드인덱스
세계 3964개 대형 및 중형 주식의 시가총액 변화를 추적하는 지수. 영국 런던증권거래소 자회사인 FTSE그룹이 1986년 12월부터 산정하고 있다. MSCI 월드인덱스와 함께 세계 2대 투자지표로 꼽힌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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