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소송은 LG화학이 미국에서 작년 9월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이 과거 양사 간 합의 위반인지 여부를 가리기 위한 것이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문제삼은 분리막 특허가 미국에서 분쟁할 대상이 아니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2014년 양사가 맺은 ‘부제소합의’에 따라 분리막 특허(KR310)는 특허 침해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또 합의 파기에 따른 책임을 지라며 손해배상도 청구했다.
LG화학 주장은 달랐다. 합의한 특허는 ‘KR310’에 한정된 것이고, 소송을 제기한 미국 내 특허(US517)와는 다른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원고의 소송 취하 청구는 법리적으로 보호할 이익이 없다”며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2014년 합의한 내용에 미국 특허에 대해 제소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판결 직후 SK이노베이션은 “판결문을 분석해 항소심에서 적극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곧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영업비밀 침해로 SK이노베이션을 제소했다. 미국은 기업 간 영업비밀 침해를 엄중하게 다룬다. 사실이 인정되면 배상액이 수조원에 달할 수도 있다. 국내에선 SK이노베이션 인사 담당자를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SK이노베이션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작년 9월 미국 ITC와 델라웨어주 연방지법에 특허를 침해당했다며 LG화학 LG전자 등을 제소했다. LG화학의 ‘영업비밀 침해’에 SK이노베이션이 ‘특허 침해’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분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LG화학도 SK이노베이션과 똑같이 미국 ITC와 델라웨어주 연방지법에 특허 침해 소송을 추가로 제기했다. 영업비밀 침해에 특허 침해까지 혐의를 더 얹었다. 이번 소송은 LG화학이 마지막으로 제기한 특허 침해 건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이 “서로 문제삼지 않기로 한 것”이라며 국내 법원에 판단을 물은 것이다.
업계에선 이번 판결로 LG화학이 유리한 고지에 섰다는 평가가 많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대표 기업들이 해외에서 끝까지 싸우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합리적인 해결책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재광/남정민 기자 ahnjk@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