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27일 한반도에 영향을 준 태풍 ‘바비’의 강도가 당초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기상청이 여름철 장마 예보에 이어 태풍 예보까지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기상청은 “예보만큼 세력은 강했지만 태풍 반경이 좁았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2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30분을 기준으로 태풍 바비로 인해 가로수나 가로등, 건물 외벽이 훼손되는 등의 시설 피해는 101건이 신고됐다. 간밤에 9323가구의 전기 공급이 끊겨 불편을 겪은 것으로 집계됐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바람이 예상보다 강하지 않았고, 태풍이 영향을 미친 지역이 크지 않아 피해도 적었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바비는 역대 한반도를 지나간 태풍을 통틀어 최대 순간풍속이 열 번째로 높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6일 오후 8시29분 전남 신안 흑산도(초속 47.4m)에서의 기록이다. ‘약한’ 태풍은 아니었지만 당초 예상보다는 낮은 수준이었다. 기상청은 25일 바비의 최대 순간풍속을 역대 1위인 매미(초속 60m)에 견주면서 ‘위협적일 것’이라고 예보한 바 있다. 바비의 하루 최대 풍속은 26일 초속 36.4m로 역대 8위를 기록했다. 기존 8위였던 태풍 ‘볼라벤’(2012년·초속 36.3m)을 넘어섰다.
바비가 한반도에 미친 영향이 예상보다 작았던 또 다른 요인은 태풍 반경이다. 기상청은 25일 “바비가 서해상을 지나갈 때 태풍 반경은 420㎞ 이상으로 넓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한반도가 태풍의 위험반원인 오른쪽에 위치해 강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했다. 하지만 실제 태풍 반경은 230~310㎞였다. 태풍 반경 예측에서 차이가 났기 때문에 그만큼의 타격은 없었다는 얘기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 중심축의 강도가 워낙 셌기 때문에 통상적인 타원형이 아니라 원형으로 움직였다”며 “상대적으로 오른쪽에 미친 영향이 작아 다행히 우려한 만큼의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7일 낮 12시를 기점으로 전국은 바비의 영향권에서 벗어났다. 바비는 이날 오후 3시께 중국 선양 동쪽 180㎞ 부근 육상에서 온대저기압으로 변질되면서 소멸 수순을 밟았다.
바비에 이어 9호 태풍인 ‘마이삭’이 또 한국에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윤기한 기상청 통보관은 “마이삭의 발생 시기와 강도 등엔 많은 변수가 있다”며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 등을 고려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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