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6일 수도권 전공의·전임의들에게 내린 업무개시명령을 28일 전국으로 확대시킨 후 이에 응하지 않으면 면허정지 또는 취소 등의 행정처분을 내리겠다고 강경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의사 개개인들에게 당장 신분상 불이익이 생기진 않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업무개시명령에 얽힌 법적 쟁점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하면 말그대로 '으름장'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내린 업무개시명령이 법적으로 실질 발동되려면 우선 해당 명령이 의사들에게 '적법하게 도달' 됐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즉 의사 개개인이 행정명령 고지서를 제대로 받아봤다는 게 입증되지 않으면 명령 자체가 발동될 수 없고 행정처분과 같은 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는 의미다.
형사고발도 마찬가지다. 의료법 위반 등으로 인한 고발과 수사, 기소 및 재판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에서도 '적법 도달'을 입증하지 못하면 유죄를 인정받기 힘들다.
문제는 업무개시 명령고지서를 어떻게 전달하는 것이 적법한 도달인지 명확한 판례가 아직 없다는 것이다. 법조계서도 통상적으로 내용증명 문건이 주소지에 배송되면 제대로 도달한 것으로 간주한다. 이 때문에 병원으로 발송됐다면 적법하게 도달된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반대 의견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의사들이 문건을 받지 않아 해당 명령서가 '반송'됐다면 얘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최근 대한의사협회는 전공의 등에게 업무개시명령서가 우편으로 오면 이를 반송하고, 공무원이 전달할 경우 서명을 거절하는 등의 지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분야 분쟁을 전문으로 하는 이동찬 더프렌즈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가족이나 병원내 다른 직원이 받던 누군가 받았다면 '도달'로 간주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그러나 애초에 '수취불명'이 되거나 반송처리 되는 경우에는 이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도달의 유무와 관련된 사실관계는 실제 소송에 가서도 치열하게 다툴 수 있는 쟁점이다. 법조계에선 '생각보다 의사들의 지침이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설령 정부가 명령고지서를 개별적으로 발송한 것만으로도 '적법한 도달'이라고 보고, 행정처분을 내린다고 해도 의사들이 실질적인 불이익을 받기까진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해당 처분의 정당성을 다투는 소송과 그 처분의 효력을 중지시켜달라는 가처분 신청 등을 같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행정소송이 진행될 경우 그 기간동안 의사면허는 유지된다.
이 변호사는 "행정처분에 대한 이의는 처분이 있다는 것을 안(인지한) 날로부터 90일, 처분이 있은 날로부터 180일 이내 해야 하는데 소송은 적어도 1년~1년 반 이상 걸릴 수 있다"며 "그 사이 정부와 의사들간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