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이를 낳고 조리원에서 몸조리를 하던 A씨는 남편에게서 "누구 아이야?"라는 질문을 들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황당했던 여성은 "자기 애지 누구애긴 누구애겠어"라고 맞받아쳤고 두 사람은 큰 싸움을 벌였다.
이 일로 더이상 산후조리원에 있기 불편해진 A씨는 다음날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 B 씨는 산후조리원에서 집으로 온 뒤에도 둘째 아이를 보지도 않고 아내와 말을 섞지도 않으며 각방을 쓰고 있는 상태다.
B씨는 틈만 나면 소리를 지르고 폭력적으로 변했으며 "친자확인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하지만 A 씨가 이를 반대하면서 이들간 싸움은 점점 격해지고 있다.
A 씨는 친자확인만은 어떻게든 막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유인즉슨 임신 전 친구따라 1박2일 모임에 나갔다가 술을 마시고 다른 남자와 잠자리를 가졌던 것. 술에 취해 그날 밤의 기억이 잘 나지 않았고 얼마 안 가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A 씨가 남편에게 임신 사실을 알렸지만 B 씨는 "뭐라고?"라며 탐탁지 않아 했다.
나중에 A씨는 남편이 둘째 갖기 전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정관수술을 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정말 이해가 안된다. 정관수술을 언제 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임신 전 한 거면 제가 둘째를 임신했다고 했을 때 그때 당시 왜 아이가 생겼는지 따졌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왜 아이를 낳고 이제 와서 이러는지 이해가 안 되고 스트레스 받는다"고 전했다.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차라리 이혼해서 양육비랑 위자료를 받고 혼자 아이들 키우며 살고 싶은데 이럴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질문했다.
여기서 우리가 짚어볼 문제는 A 씨의 외도와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의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과 이혼 후 그 아이에 대한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는지다. 아울러 배우자 동의 없이 정관수술을 하는 것은 문제가 없을지 법알못(법을 알지 못하다) 자문단 이인철 변호사에게 들어봤다.
부부간의 임신과 출산문제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배우자와 충분히 상의를 하고 결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우선 아내에게 동의를 받지 않은 남편이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잘못의 정도는 추가 자녀계획이 있는지에 따라 차이가 날 것입니다. 자녀유무, 추가자녀계획 여부에 따라 책임의 경중이 결정될 것입니다.
친자식이 아닌 남의 자식을 가족관계등록부에서 삭제하려면 일반적으로 친생자관계부존 재확인 청구 소송을 통해 판결을 정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현행 민법은 혼인생활 도중에 아내가 낳은 자녀는 일단 남편의 자녀로 추정합니다. 그러므로 남편은 민법 제846조의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해야 합니다.
다만 친생부인의 소는 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2년 이내 제기하여야 하고(제847조) 2년이 경과된 경우에는 친자관계를 부인하기 어려울 수 있고 그 경우에는 법적으로는 친자가 되어 양육비 지급의무가 발생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작년에 아주 중요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남편이 무정자증으로 자녀를 갖지 못하자 남편과 부인은 합의하에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아이를 낳기로 하고 1993년 첫째 자녀를 출산했습니다.
그런데 그 후 부인은 1997년 혼외관계를 통해 둘째 자녀를 출산했습니다.
부부는 두 자녀 모두 친자녀로 출생신고 했습니다. 그러나 부부 사이가 악화되며 이혼소송이 진행됐고 남편은 둘째자녀가 친자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에 남편은 2013년 자녀들과 친생자관계가 없다는 것을 확인해 달라며 서울가정법원에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혈연관계 없는 두 자녀를 친자식으로 보아야 하는지가 재판의 쟁점이 됐습니다.
대법원은 유전자 검사 결과 자신의 자녀가 아닌 것이 명백하다는 사실 만으로는 친생자 추정의 예외가 인정되지 않고 그러한 사실을 안 날부터 2년 내에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해야지 그 이후에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안 된다고 하였습니다. 남편이 둘째 아이와 혈연관계가 없다는 걸 뒤늦게 알았지만, 2년 넘게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점도 친자녀로 인정해야 하는 사유로 들었습니다. 혈연관계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친자녀가 아니라고 하면 가정의 평화 유지라는 헌법 취지에 위반된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결국 남편은 두 자녀가 생물학적으로는 친자가 아니지만 법적으로는 친자관계를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법적으로 가족관계증명서상 친자관계가 부인될 경우 양육비지급의무가 없어지게 됩니다. 그러나 만약 소송에서 패소하거나 가족관계증명서상 삭제가 되지 않을 경우 법적으로 친자관계가 유지되고 양육비지급의무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위 사례와 같이 각방을 쓰는 기간이 길어지고 갈등이 깊어질 경우 아내가 남편의 무관심이나 일방적인 결정에 대하여 위자료를 청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남편도 아내의 외도를 이유로 반소(맞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만약 자녀가 친자가 아닌 경우 아내의 외도로 혼외자까지 출산한 것이므로 아내의 잘못이 더 크다고 결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도움말 = 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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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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