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앱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을 운영하는 기업 우아한형제들이 2014년 내보낸 TV 광고 문구다. 당시 광고 모델은 고구려 무용총 벽화 속에서 말을 타고 철가방을 든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등장했다. 한국인이 배달 음식에 친숙하다는 점을 들어 소비자에게 다가가려는 시도였다. 이 광고는 ‘B급’ 감성으로 젊은 층의 호응을 얻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이사회 의장(사진)는 배민 서비스를 시작할 때 정작 창업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셋째 형 김광수 전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직장 동료 등이 모여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서비스를 출시하자마자 ‘대박’이 났고 그때야 법인을 설립했다.
기업명인 우아한형제들은 가수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어쩌다’, 손담비의 ‘미쳤어’ 등 히트곡을 만든 작곡가인 용감한형제(강동철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대표)를 패러디해 지었다. 회사 로고는 가수 ‘브로콜리 너마저’의 앨범 CD를 본떠 만들었다. 단지 로고를 구상할 때 근처에 해당 CD가 있었다고 한다.
김 의장은 서비스명(배민)을 지을 때도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우아한형제들 사명이 즉흥적으로 나왔듯 서비스명도 길을 가던 중 단 몇 초 만에 생각해냈다. 가볍고 튀면서도 심각하지 않은 B급 감성을 여실히 담았다.
배민에서 배달은 단순히 음식을 갖다준다는 의미가 아니다. 옛 선조들이 우리 민족을 부를 때 썼던 ‘배달의 민족’에서의 표현을 담고 있다. 배달(倍達)은 ‘밝은 땅’, 배달의 민족은 ‘밝은 땅에 사는 민족’이란 뜻이다. 그는 저서 《배민다움:배달의민족 브랜딩 이야기》에서 “배민은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며 “일종의 패러디와 언어유희”라고 설명했다. 이런 B급 감성은 디자이너 출신인 김 의장이 철저히 브랜딩한 결과다. 서비스명도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 배달 서비스는 ‘배민라이더스’, 편의점 등 소량 물품 배달 서비스는 배민의 영어 철자를 딴 ‘B마트’ 등이다.
배민의 차별화 포인트는 ‘쉽고, 명확하고, 위트 있게’다. 이는 기업명뿐 아니라 다양한 프로젝트에 녹아 있다. ‘다이어트는 포샵으로’ ‘넌 먹을 때가 젤 이뻐’ 등 광고 문구가 대표적이다. 음식 주제 창작 시 공모전 ‘배민신춘문예’에선 ‘치킨은 살 안 쪄요. 살은 내가 쪄요’ 등 문구가 탄생했다. 새해에는 고객들에게 ‘다 때가 있다’고 적힌 때밀이수건을 증정하는 등 엉뚱한 발상도 인기를 끌었다.
김 의장이 단순히 B급 정서에만 기댄 건 아니다. 그는 성공 비결로 “작고 명확한 타깃” “일관성 있는 마케팅” “내부 (정체성을 확립하는) 브랜딩” 등을 꼽았다. 우아한형제들이 내세우는 ‘일 잘하는 방법 11가지’는 많은 기업이 엘리베이터 등에 붙여놓는 등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9시 1분은 9시가 아니다’ ‘개발자가 개발만 잘하고 디자이너가 디자인만 잘하면 회사는 망한다’ 등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쿠팡, 크래프톤, 비바리퍼블리카 등에 이어 국내 여섯 번째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에 올랐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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