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껑충'…신혼집 구하기 힘들어진 관악구

입력 2020-08-28 17:04   수정 2020-08-29 02:09


최근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아파트에 신혼집을 마련한 A씨는 옆집에 인사하러 갔다가 크게 놀랐다. 지난 4월 입주한 이웃보다 수천만원을 더 주고 전세를 얻었다는 사실을 알게 돼서다. A씨는 “단기간에 전세가가 올라 배가 아프면서도 더 오르기 전에 들어온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관악구에서 집 구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하고 강남과 가까워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전셋집을 구하려는 젊은이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으로 전세 매물은 크게 줄어들었다.
전용 59㎡ 전세 찾기 힘들어
관악구는 젊은 층 거주 비중이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특별시·광역시 중 신혼부부가 가장 많이 사는 지역 9위(1만2277명)였다. 20~30대 비중(39%)도 전국 최고 수준이다.

젊은이들이 관악구에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강남 접근성이 좋고 상대적으로 주거 비용도 저렴해서다.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관악구의 아파트 ㎡당 평균 전세가는 488만3000원으로 동작구(579만8000원), 영등포구(551만1000원) 등보다 싸다.

그러나 관악구의 아파트 전세가가 크게 오르면서 젊은 층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8월 관악구 아파트 전세가 증가율은 전달 대비 0.38%다. 0.98% 오른 7월보다는 상승세가 완만해졌지만 6월(0.19%)의 두 배 수준이다.

5월에 입주한 ‘e편한세상서울대입구2차’(519가구) 전용 84㎡ 전세가는 5억7000만~6억원 정도에서 7억원으로 최근 1억원가량 올랐다. 지난달 최고가는 6억3000만원이었다. 현지 S공인 관계자는 “젊은 직장인과 신혼부부는 전용 59㎡를 많이 찾는데 물건이 없어 전용 84㎡를 보여주지만 비싸서 부담스러워한다”고 했다.

‘관악푸르지오’(2104가구)의 경우 전용 59㎡ 매물 15건 중 1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4억원 이상이다. 가장 비싼 것은 4억5000만원에 달한다. 지난달 최고가는 4억원이었다. 지난 17일 3억4500만원에 전세 거래가 성사된 ‘벽산블루밍’(2015가구) 전용 59㎡의 호가는 대부분 3억9000만원이고 최고 4억원짜리도 있다.
전세 물건 반토막 나
전세 물건도 최근 한 달 새 절반 넘게 줄었다. 부동산 통계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1일 659건이었던 관악구 아파트 전세 매물은 27일 기준 318건으로 51.7% 줄었다. 매매(1251건에서 1048건), 월세(483건에서 319건)에 비해 감소폭이 컸다.

동별로 보면 봉천동이 479건에서 207건, 신림동이 169건에서 101건으로 줄었다. 현지 중개업소에서는 21일부터 시작된 허위매물 단속과 함께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임대차보호법의 영향이 크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관악드림타운’(3544가구)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관악드림타운은 젊은 층이 선호하는 전용 59㎡와 60㎡가 1000여 가구인데 이 중 전세로 나온 것은 대여섯 개뿐”이라며 “원래 여름 시즌에는 전세 매물이 없는 편인데 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물건이 더 안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내 집 마련은 더 어렵다. e편한세상서울대입구2차 전용 84㎡는 7일 11억8500만원에 매매되며 종전 최고가(11억원)를 경신했다. 지난해 10월 일반분양가(7억5800만~8억4700만원)와 비교해 3억원 이상 올랐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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