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환자 생명을 지키기 위해 의료계 파업에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정부 입장을 충분히 수긍할 만한 상황이다. 코로나 확진자 수는 5개월여 만에 400명을 재돌파했다. 어제는 300명대로 다시 내려왔지만, 태풍으로 일부 선별진료소가 중단된 데 따른 일시적 현상이란 분석이 많다. 정부가 내일부터 1주일간 커피전문점까지 포장·배달만 허용하는 등 수도권에서 사실상 ‘거리두기 2.5단계’에 돌입할 만큼 사태는 심각하다.
그렇더라도 ‘군사작전’을 벌이는 듯한 정부의 대응방식은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코로나 위기를 빌미로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추진 같은 인화성 강한 정책을 의료계와 사전협의 없이 밀어붙인 것도 그렇지만, 대통령까지 나서 방역 최전선의 의료진에 고마움을 표하는 ‘덕분에 챌린지’를 펼쳤던 정부가 180도로 돌변한 것에 실망한 여론도 적지 않다. 국민 공감을 얻지 못했던 2000년 의약분업, 2014년 원격의료 반대파업과 달리 이번에는 “업무개시 명령 발동은 일방적 결정”이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인 국민이 42%(리얼미터 조사)에 달할 정도다. “집에 불이 났는데, 가장이 기름병 들고 나타난 꼴”이라는 비판에 정부는 뭐라고 반박할지 궁금하다.
의료계도 정부에 따질 건 따지더라도 극한투쟁을 멈춰야 한다. 응급처치를 못 받은 환자가 사망하는 등 파장이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의료시스템 붕괴’까지 걱정하는 마당에,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투쟁으로는 여론의 지지를 얻기 힘들다. 의료계 목소리에 귀 기울이려는 국민을 다시 등 돌리게 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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