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앨라배마 공장의 생산능력 확대까지 검토하고 있다. 호세 무뇨스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및 미주권역담당 사장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소형 픽업트럭 산타크루즈 생산에 대비해 시설을 확장하고 있고, 이를 포함한 각종 시설에 4억달러(약 4800억원)를 투자하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안정되면 생산량을 연 40만 대 혹은 그 이상으로 늘려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앨라배마 공장의 생산능력은 연 37만 대 수준이다. 그는 “적절한 시점에 생산능력을 더 늘리는 방안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최근 미국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달 5만8934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5만8926대) 대비 소폭이나마 판매량을 늘렸다. 도요타(-19.0%)와 혼다(-11.2%) 등 경쟁사들은 판매량이 급감했다.
인수 신청서 제출은 현대차가 이 공장을 인수할 경우 현지 반독점법에 위배되는지 확인하기 위한 절차다. 계약으로 이어지려면 GM과의 가격 협상을 거쳐야 하지만 현대차의 공장 인수 의지는 신청서 제출로 확인된 셈이다.
GM은 러시아 경제가 어려워지자 2015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현대차는 러시아 GM 공장 인수가 최종 확정되면, 이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는 러시아 시장 점유율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완성차 공장 설립 작업도 코로나19 확산과 무관하게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다. 약 1조원을 투입해 내년 말까지 연산 15만 대 규모의 공장을 건설한다. 현대차는 이 공장을 연산 25만 대 규모로 확장할 계획이다.
과감한 승부의 중심에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올 들어 삼성 SK LG 등 4대 그룹 총수와 개별 면담을 하고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기술협력을 논의하는 등 미래차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도 독려하고 있다.
현대차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2009년 이런 역발상으로 승부수를 던진 적이 있다. 러시아에 공장을 지었고, 미국에선 고객이 실직하면 구매한 차를 다시 사주는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을 전격 도입했다. 일각에선 ‘정신 나간 짓’이라는 비아냥도 나왔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현대차의 도약으로 이어졌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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