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오프라인 유통 매장들은 일제히 타격을 입었다. 4월에 신규 확진자가 줄어들자 가장 빨리 매출을 회복한 곳은 교외형 아울렛이었다. 야외 시설이어서 감염 우려가 덜하고, 놀 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해외여행을 못 가는 대신 명품을 사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영향도 있었다. 아울렛은 코로나10로 집에만 머무르던 사람들이 주말에 잠시 나들이를 가 숨통을 틔우기 좋은 곳이 됐다.
6월 말 개장한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이 대전 지역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프리미엄아울렛은 젊은 부모를 공략하기 위해 유아동 브랜드를 늘리고, 중부권에 없던 명품 브랜드 매장을 들였다. 키즈카페, 영화관, 호텔 등 즐걸거리를 모아놓았다. 개장 후 하루 평균 약 2만4000명, 주말엔 4만명 이상이 방문했을 정도로 인기다.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은 달랐다. 1층의 3분의 1을 유아동 브랜드 26개로 채웠다. 베네통키즈·뉴발란스키즈 등 다른 아울렛에서는 고층에 있는 유아동 의류와 잡화 브랜드를 1층에 배치했다. 주 고객이 대전과 세종 등에 살며 어린 자녀를 둔 3040세대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아이 옷을 아울렛에 들어서자마자 볼 수 있다.
유아동 라이프스타일 매장을 모은 ‘스튜디오 쁘띠’도 만들었다. 이유식을 파는 얌이밀과 세계 완구를 파는 나비타월드 등이 입점돼 있다. 키즈카페 크레빌에서는 엄마가 쇼핑을 하는 동안 아이가 영어 수업을 받을 수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대전점의 유아동 브랜드 비중은 전체의 10%”라며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과 송도점의 유아동 브랜드 비중인 6~7%보다도 높다”고 말했다.
구매력이 높은 중부권의 명품 수요를 공략하기 위해 프라다, 발렌시아가, 아르마니, 골든구스 등 30여개 해외 명품 브랜드를 중부권 아울렛 최초로 들였다. 생로랑과 몽클레어는 오프라인 매장을 통틀어 처음이다.
야외 시설이 많아 날씨에 영향을 받던 교외형 아울렛의 단점도 보완했다. 소비자들이 다니는 길마다 유리로 된 접이식 문을 설치했다. 날씨가 좋으면 보통 교외형 아울렛처럼 야외에서 걸어다니며 쇼핑을 할 수 있다. 비가 오면 접이식 문이 펼쳐져 매장 입구 앞에 유리 창문으로 막힌 복도가 만들어진다. 비가 와도 우산을 펴지 않고 모든 매장을 돌아다닐 수 있다.
백화점 수준의 식음료(F&B) 매장을 배치했다. 대전의 칼국수 식당 ‘복수분식’과 부산의 ‘스시덴고쿠’ 등 유명 맛집을 포함해 20여개 식당을 유치했다. 서로 다른 매장의 음식들을 주문해 먹을 수 있는 푸드코트도 만들었다.
휴식 공간에도 공을 들였다. 대전점 전체 영업면적(5만3553㎡)의 3분의 1 수준(1만7652㎡)을 정원과 휴식 공간으로 꾸몄다. 1층 중앙 광장에는 130m 길이의 분수를 설치했다. 이곳에서 아동극 등 공연도 한다. 예술 작품들이 있는 다람쥐 공원과 옥상 정원도 있다.
7개 상영관이 있는 메가박스, 대전의 유명 서점 휘게문고, 프랑스 헤어살롱 브랜드 꾸아퍼스트 등 다양한 매장도 입점했다. 주차장 옆에 세워진 비즈니스 호텔 스카이파크 호텔도 새로운 시도다. 호텔에서 자고 일어나 아울렛 정원에서 산책을 하고, 맛있는 점심을 먹고 쇼핑을 한 후 영화를 볼 수 있다. "의식주와 쇼핑, 문화생활이 한 곳에서 해결되는 리조트같은 곳"이라고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소개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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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에필로그</i>·오프라인 유통공룡들의 반격 시리즈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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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유통에 미래는 없다”고들 했다. 소비자들이 똑같은 물건을 싸게 판매하는 온라인으로 점점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변화는 더 빨라졌다.
하지만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생존을 위해 혁신하고 있다.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관습은 벗어던졌다. 한국경제신문은 그 혁신의 사례를 11차례에 걸쳐 소개했다. 백화점은 1층에 슈퍼마켓을 만들었다. 대형마트는 온라인 배송기지로 탈바꿈했다. 편의점도 하루가 다르게 변신하고 있다. 호텔까지 유치한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처럼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을 수 있다면 뭐든 시도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찾아왔다. 본지가 혁신 사례로 소개한 대다수 점포들은 변신 후 방문자수와 매출이 확 뛰었다. 소비자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주면 오프라인 유통도 생존을 넘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오프라인 유통은 미래를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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