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바이오 헬스케어 시장이 요동치면서 로펌업계도 덩달아 바빠지고 있다. 바이오·헬스 기술 개발과 관련된 이슈가 매일 새로 등장하면서 기업의 법률서비스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30년 바이오산업이 경제 성장을 이끄는 ‘바이오경제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 세계를 무대로 국내외 바이오 업체들 간 교류가 늘고 있어 국내 로펌도 발 빠르게 전문성 키우기에 나섰다.
신약 개발뿐만 아니라 의료기기에 대한 기술 연구 역시 바이오 헬스케어 업체들의 주요 먹거리다. 인공지능(AI) 기술과 빅데이터 활용을 둘러싼 이슈도 주요 화두로 꼽힌다. 의료 기기 개발 과정에서 전 세계 곳곳의 임상시험 데이터를 반영하는 게 필수가 됐기 때문이다.
IPO 관련 법률 수요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박금낭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신기술에 기반한 신생 바이오 헬스 기업 등장으로 IPO 및 관련 자문과 기술 라이선스 계약, 특허·영업비밀 분쟁 대응이 늘었다”고 말했다.
법조계는 기업 간 인수합병(M&A)을 위해 로펌 문을 두드리는 바이오 헬스케어 기업도 더 많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정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과거엔 해외 기업의 제약 기술을 들여오기 위해 ‘라이선싱’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라며 “최소 10억원부터 수백억원대 규모로 해외 바이오 스타트업에 투자하려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바이오 헬스케어 관련 법률 자문 시장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코로나 진단키트 수출 관련 자문을 시작으로 각종 연구개발 혹은 백신과 치료제 관련 자문이 급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헬스케어팀’을 꾸려 의료기관, 동물약품, 식품 및 화장품 등 분야를 넘나들며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SK바이오팜의 IPO 관련 법률 자문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주목받기도 했다. 해당 IPO는 일반 투자자 대상으로 모인 청약증거금만 31조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식약처 규제심사위원회 위원 등을 지낸 조정민 변호사(사법연수원 25기)가 팀장이다.
법무법인 화우는 코오롱생명과학을 대리해 인보사 소송을 이끌면서 법조계 안팎의 이목을 끌었다. 화우는 식약처장을 지낸 이희성 고문을 비롯해 조영선 변호사(사법연수원 26기) 등 10여 명의 전문가로 헬스케어팀을 구성했다. 최근 이원다이애그노믹스, 엔지켐생명과학 등 국내 바이오 기업에 대한 상장 자문을 수행했고, 차헬스케어의 1100억원 투자 유치 자문도 맡았다. 율촌에는 박성범 변호사를 리더로 30여 명 규모의 의료제약팀이 있다. 유영학 전 보건복지부 차관이 고문을 맡고 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노경식 변호사(19기)와 장지수 변호사(19기)를 중심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제약팀을 운영 중이다. 영국계 유명 법률출판사 리걸이즈가 발행하는 법률시장 평가지 ‘리걸500’으로부터 “세계적인 제약사가 선호하는 로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광장도 의약계열 출신 인력을 강화했다. 서울대 약대를 졸업한 약사 출신인 박금낭 변호사(31기)를 리더로 약사·의사·간호사 자격증을 보유한 다수의 변호사가 제약바이오헬스케어팀을 움직인다. 세종도 규제 그룹 내 별도의 헬스케어팀을 갖췄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심의위원으로 활동 중인 홍수희 변호사(37기)를 팀장으로 변호사 34명과 식약처 출신 고문, 변리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