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상대적으로 집값이 낮은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이 잇따라 ‘10억원 클럽’(전용 84㎡ 기준)에 가입하고 있다. 노원구와 강북구가 지난 6월 각각 10억원을 찍은 데 이어 도봉구도 사상 처음으로 9억원대에 진입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에서 “몇 개 아파트를 모아서 10억원이 넘는 것을 가지고 서울 전체인 것처럼 기사를 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상은 서울에서 주거 선호도가 낮은 노도강에서도 10억원 거래가 터지면서 서울 평균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30일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강북구 미아동 꿈의숲롯데캐슬 전용 84㎡는 지난 7일과 8일 각각 9억4500만원, 9억6000만원에 신고가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거래가격은 9억2500만원이었다. 6월 10억원에 거래된 미아동 송천센트레빌 전용 84㎡에 이어 강북구에서 두 번째로 10억원 클럽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아동 A공인 관계자는 “이 단지 전용 84㎡ 호가는 이미 10억원대”라며 “최근 한 집주인은 9억8000만원에 내놓은 매물 가격을 10억원으로 올렸다”고 말했다.
노원구에서는 중계동 청구3차와 건영3차 전용 84㎡가 6월 이미 10억원대를 돌파했다. 청구3차 전용 84㎡는 이달 8일 11억900만원에 신고가를 새로 쓰면서 11억원대까지 넘어섰다. 이 단지는 학원가가 밀집한 중계동 은행사거리 바로 옆에 있어 이 일대 대장주로 꼽힌다. 건영3차 전용 84㎡는 지난달 10억5000만원에 최고가로 매매됐다.
노원구 재건축 아파트들도 10억원에 근접하고 있다. 1988년 준공된 상계동 상계주공7단지 전용 79㎡는 지난 25일 9억80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직전 최고가는 9억원이다. 최근 상계주공6단지가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하는 등 일대 재건축 호재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도봉구도 조만간 10억원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도봉구 창동 동아청솔 전용 84㎡는 11일 9억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8일 8억8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2000만원이 올랐다. 도봉구에서 전용 84㎡ 아파트가 사상 첫 9억원대에 진입한 것이다. 창동 D공인 대표는 “이 단지 전용 84㎡ 기준 호가가 9억7000만원까지 치솟았다”며 “도봉구에서 처음으로 전용 84㎡ 아파트가 10억원을 찍는다면 주변 단지에서도 ‘키 맞추기’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집값 상승에서 소외됐던 노도강이 오르면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0억원에 육박했다. KB부동산 리브온이 발표한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9억8503만원으로 집계됐다. 2008년 12월 통계 작성 후 최고 가격이다.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6억708만원에서 3년간 62% 올랐다.
‘6·17 대책’ ‘7·10 대책’ 등 연이은 부동산 대책으로 거래량이 줄고 있지만 여전히 서울 곳곳에서 신고가 단지가 나오고 있다. 최고가를 원하는 집주인과 가격이 내리기를 기다리는 매수인의 줄다리기가 팽팽하지만, 매물 잠김 현상이 심해 아직까지는 매도인 우위 장세라는 얘기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단기간의 가격 변동은 개의치 않는 실수요가 최근 신고가의 매수 주체”라며 “서울 강남 등 핵심 지역은 물론이고 노도강 등 외곽에서도 더 늦기 전에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수요가 여전하다”고 분석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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