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인천 남동공단에서 만난 김동훈 엠에스씨 대표(사진)는 “이르면 내년 1분기 국내 반도체 메이커도 국산 도금액을 쓸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엠에스씨는 반도체와 전자부품에 사용되는 표면처리 약품을 생산한다. 설립 초기에는 전자파 차폐 소재 약품을 생산했지만 최근 들어 반도체 웨이퍼용 도금액 비중을 높이고 있다.
반도체 도금액은 반도체 칩 집적도를 높이면서 전기적 특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후공정(범핑 공정)에서 사용한다. 도금액을 미세 회로 패턴이 그려진 웨이퍼에 주입해 부착하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된다. 반도체 도금액은 회로 패턴 부분만 도금해 해당 부분이 전기적 특성을 갖게 한다. 반도체 도금액 생산을 독점해 온 건 미국 다우케미컬, 일본 이시하라와 같은 글로벌 화학업체들이다. 엠에스씨는 2015년 국산화에 성공해 일부 반도체 조립·테스트 아웃소싱(OSAT)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김 대표는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이전에 비해 현재 반도체 도금액의 국제 시세가 3분의 1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철저히 ‘맞춤형 약품 개발’ 체제를 갖춘 것도 이 회사의 강점으로 꼽힌다. 김 대표는 고객의 요구만으로 거래하지 않고, 먼저 고객사를 방문해 쓰이는 도금 약품을 확인한 뒤 그에 적합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수입품에 의존하던 대기업 및 중견기업들의 납품 요청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현재 전체 매출의 15% 정도인 반도체 도금액 비중이 수년 내 전자파 차폐 약품(현재 매출 비중 25%)을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엠에스씨는 내년께 경기 화성시에 공장을 신축해 도금액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엠에스씨는 매출 257억원, 영업이익 12억원을 기록했다. 김 대표는 “올해는 매출 36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원래 일본IBM 등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일본에서 도금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친형 김동현 엠에스씨 연구소장(회장 겸직)이 그를 표면처리 도금 개발의 길로 안내했다. 도금액 개발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수십억원대 검사 장비를 마련하기 어려워 반도체 업체들에 도금액 검사를 의뢰하거나 중고 장비를 찾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천명했지만 실제 지원은 미흡하다”며 “대기업이 국산 제품을 많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