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위기 극복을 위한 확장재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비과세 감면 정비 등 세수 확대 노력 없이 지출만 늘려 재정건전성 악화를 조장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예산안 관련 사전 브리핑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채무와 적자를 감내하더라도 재정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한다는 판단"이라며 "올해 세차례 추경으로 국가채무가 늘어난 것이 내년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가채무비율은 재정건전성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로 꼽힌다. 한국은 국가채무비율이 60% 이상인 대부분의 유럽국가에 비해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받지만 채무비율 증가세가 가파르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05년 25.9%였던 채무비율이 10%포인트 증가하는 데는 12년이 걸렸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첫 예산안을 편성한 2018년 이후 채무비율은 4년만에 10.8%포인트 뛰었다.
내년 재정수지는 109조7000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3차 추경안에 비해선 1조8000억원 가량 적자폭이 줄지만 본 예산에 비해선 38조2000억원 확대된 수치다. 이에 따라 GDP 대비 재정수지 비율은 -3.5%에서 -5.4%로 악화된다.
국가채무비율의 분모인 GDP가 감소하면 채무비율은 더 큰 폭으로 올라간다. 한국은행이 8월 경제전망 수정을 통해 올해 성장률을 마이너스로 전망한 것을 감안한 올해 국가채무비율은 43.5%이 아닌 44.1%로 계산된다. 내년은 46.7%를 상회하는 47.8%가 된다. 올해 말까지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고 이어질 때를 가정한 시나리오를 대입하면 올해 국가채무비율은 44.5%, 내년엔 49.1%로 높아진다.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따라 정부가 올해 4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적자국채 발행을 늘리면 국가채무비율이 50%를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같은 국가채무비율 과속으로 인해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될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신용평가기관 중 국가채무 수준을 특히 중점적으로 고려하는 피치가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이 46%에 달할 경우 신용등급 하향 위험이 있다고 분석하기도 한 점이 변수다. 홍 부총리는 "정부도 국가채무비율이 늘어나는 속도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며 "국가 신용등급 변동이 없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기재부가 예산안과 함께 발표한 2021년 조세지출예산서에 따르면 내년 국세 감면액은 56조8000억원에 이른다. 올해 53조9000억원보다 2조9000억원 늘었다. 기재부는 신용카드 공제율 및 한도 상향 등 코로나19 대응에 따른 감면액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내년 국세감면율은 15.9%로 법정한도 14.5%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와 올해에 이어 3년 연속 법정한도를 지키지 못하게 됐다. 국세감면율은 국세감면액과 국세수입 총액을 더한 금액에서 국세감면액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국세감면 한도는 직전 3년 평균 국세감면율에 0.5%포인트를 더해 구한다. 국세감면율이 법정한도를 초과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과 2009년 외엔 없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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