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최 차관은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일 관계 개선 계획'을 묻는 질문에 "역사는 역사문제대로, 실질협력은 실질협력 대로 가야 하는 게 기본정신이지만, 두 개가 섞이면 상당히 해결하기 힘들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투 트랙' 접근법이 정부의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역사문제가 다 해결돼야 다른 문제도 해결된다는 게 우리의 기조였던 적은 없다. 현재 당면한 현안은 그대로 해결하자는 것"이라며 "대통령도 광복절 경축사에서 말했듯 언제든 만날 수 있고 우리는 항상 협의와 협상에 더 적극적이다"고 했다.
'자주파라는 평가를 받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외교적 현실에 와보니 어느 상황에서도 극단의 선택을 강요하지 않고, 내가 원했던 최대치를 다 해내지 못해도, 외교는 이번 상황으로 끝이 아니라 계속 상호작용한다"며 "과거 교수 시절에 쓴 칼럼과 논문이 그렇게 해석될 수 있지만, 외교 현실에 와보니 그런 평가는 정확하지 않은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자주파, 동맹파는 20세기적 프레임이다"고도 했다. 외교가에서는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이들을 동맹파로, 남북 관계를 중시하는 이들을 자주파로 편의상 분류해 왔다.
최 차관은 이날 외교부 청사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를 접견하고 상견례도 가졌다. 최 차관은 "한미 현안들에 대해 잘 협력하고, 투명한 소통을 해 나가자고 했다"며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과도 조만간 소통의 계기를 마련해 협력의 장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 워킹그룹과 관련해서는 "제가 청와대에 있을 때 담당하긴 했지만, 지금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의 일"이라며 "한반도평화교섭본부, 청와대 국가안보실, 미국 NSC(국가안보회의),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간 조화(coordination)가 상당히 잘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남북 현안이 발생되고 나서 워킹그룹 리액션이 상당히 속도감있게 진행되길 기대한다"며 "그런 면에서 한미는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고, 평화교섭본부는 (그 과정을) 조정하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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