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는 이날 성명에서 “도서정가제는 시장경제 논리로부터 출판계 전체의 다양성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방어막”이라며 “서점과 출판계에 만연했던 가격 경쟁을 완화하는 데 일조했으며, 전국적으로 개성 있는 출판사와 독립 서점 등이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문체부가 도서정가제의 목적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분명히 인식할 것을 촉구한다. 도서정가제는 출판의 다양성뿐 아니라 독자와 작가의 권익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이 단체는 “도서정가제 때문에 이제 간신히 작은 서점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도전적인 목소리를 가진 작가들이 다시 펜을 쥐려 힘을 얻고 있으며, 다양한 내용과 판형을 실험해 보려는 출판사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정말 좋은 문학작품은 시장 가치가 아니라 정신 가치를 통해 자리 잡는다. 도서정가제를 포기하는 것은 그나마 되찾은 작가들의 권리를 빼앗기는 셈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책이 그저 단순한 상품이 아닌 이유는 책 속의 작은 목소리들이 우리를 돌아보도록 하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온라인으로 손쉽고 값싸게 책을 살 수 있게 된 대신에 직접 책을 만져보고 책을 살까말까 망설이던 시간을 잃었다. 순위표에 오른 인기 있는 책을 손쉽게 살 수 있는 편리한 세상은, 작은 서점 주인이 고민 끝에 진열해 놓은 작고 개성 있고 의미 있는 책들을 접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2014년 도입된 도서정가제는 도서에 정가를 표시하고 최대 15%까지만 할인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3년마다 타당성을 검토해 개정하게 돼 있다. 오는 11월 20일이 도서정가제 개정 논의 시한이다. 출판계는 “문체부가 지난 7월 현행 도서정가제 유지 여부 등을 다루는 민관협의체 합의안을 파기하고 기존 논의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이라고 통보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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