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척간두에 선 삼성 리더십…대규모 투자·반도체 전쟁 '안갯속'

입력 2020-09-01 14:54   수정 2020-09-0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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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9개월여간 '삼성 합병 및 승계 의혹'을 수사한 검찰이 1일 결국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기소를 강행하면서 삼성 입장에선 최악의 시나리오를 받아들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미 만 3년6개월째 '국정농단 사건'의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재판이 시작되면 또 한번 최소 수년간의 법정 다툼이 예상되는 만큼 이재용 부회장이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를 불문하고 최근 2년간 수백조원의 투자를 쏟아내고 있는 삼성전자 입장에선 이를 제대로 실행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렸다.

이재용 부회장은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의 피고인으로 구속 기소됐다. 이 부회장은 같은 해 8월 징역 5년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그러다 이듬해 2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을 받은 뒤 1년에 조금 못 미치는 수감 생활 끝에 석방됐다.

대법원은 2심에서 인정하지 않은 50억원의 뇌물·횡령액을 추가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재판을 다시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아직 파기환송심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 부회장은 추가로 재판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삼성전자는 2018년 8월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고용 계획을 발표했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인공지능(AI), 5세대(5G) 통신, 바이오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계획보다 채용 규모를 2만여명 늘리겠다고 했다. 실제 삼성은 2018∼2019년 시설과 연구개발 등에 약 110조원을 투자했다. 올해 추가 투자를 통해 목표치를 무난하게 도달할 전망이다.

특히 국내 투자 목표치로 잡은 130조원은 약 7조원 초과 달성할 것으로 보이고 반도체 사업과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는 예상치를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에 따른 '채용한파' 속에서도 삼성전자는 당초 목표치의 80%를 넘어서 연내 4만명 채용 달성이 무난해 보인다.

문제는 앞으로다. 삼성은 현재 포트폴리오 개편 작업 및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의 초격차 전략에 따라 전방위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로 이 같은 투자 이행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발표한 시스템 반도체 133조원 투자를 달성하기 위해 올 연말까지 약 26조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히는 퀀텀닷(QD)에 13조원 이상을 투자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대규모 투자인 만큼 이재용 부회장의 즉각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한 사항이란 설명이다.

바이오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달 11일 총 1조7400억원을 투입해 인천 송도에 세계 최대 규모 바이오 의약품 생산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자동차 분야에서도 전장용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등 경쟁력 확보에 몰두하고 있다.

글로벌에서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미국과 중국간 무역갈등 심화 속에서 유수의 IT기업들이 줄줄이 정치와 사법 리스크로 빨려들어가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현재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대만 TSMC, 미국 인텔 등과 경쟁 중이고, 5G 통신장비 시장에선 중국 화웨이와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보다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지는 비메모리 분야에서의 경쟁을 위해 관련 기업 인수합병(M&A)도 불사한다는 생각이지만 이 같은 투자도 당분간 어렵게 됐다. 삼성전자의 최근 대규모 인수합병은 '국정농단 사건' 기소 전인 2017년 '하만'이 마지막이다. 이후 이재용 부회장이 재판에 끌려다니면서 단 한 건도 인수합병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재판 중에는 해외출장이 쉽지 않고 오너 부재 시에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아직 '국정농단 사건'의 파기환송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적인 재판에 묶이게 돼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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