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 한국출판협동조합 이사장, 저렴한 공동 물류망 통해 '문화 실핏줄' 역할

입력 2020-09-01 17:11   수정 2021-03-11 09:14

경기 파주시 탄현면 오금리에는 한국출판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연면적 1만5630㎡ 규모의 도서 물류센터가 있다. 출판사들이 이곳을 이용할 때 부담하는 보관료는 책 한 권당 단돈 10원(월 기준)이다. 물류센터에 보관한 책을 서점이나 독자들에게 배달할 때 들어가는 배송료도 저렴하다. 전국 어디나 100원 이하로 책정돼 있다.

권혁재 한국출판협동조합 이사장(사진)은 “회원사들은 일반 물류·배송 시스템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했다. 저렴한 공동 물류망을 통해 산간벽지에까지 저렴한 비용으로 도서를 전달할 수 있는 만큼 출판조합이 ‘문화 실핏줄’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출판협동조합은 국내 최장수 조합 가운데 하나다. 60여 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1958년 4월 사단법인으로 창립한 이후 1962년 5월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시행령에 따라 당시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설립인가를 받았다. 700여 개 회원사가 가입돼 있다. 역사·인문서적으로 유명한 학연문화사를 비롯해 문학동네, 민음사 등 일부 학습지 전문 출판사를 제외한 거의 모든 출판사가 회원사다. 2016년 2월 준공한 서울 마포의 한국출판콘텐츠센터(연면적 5948㎡)는 조합원사를 위한 공동출판센터, 회의실, 오디오북센터, 출판정보관, 출판 관련 교육실 등을 완비하고 있다.

출판협동조합의 가장 큰 역할은 파주 공동물류센터 운영이다. 권 이사장은 “출판사들이 대부분 규모가 크지 않아 자체 물류센터를 두고 직접 배송하면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며 “출판조합이 공공재적 성격의 물류센터를 운영하면서 회원사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파주 오금리 도서 물류센터는 약 1000만 권의 책을 보관할 수 있다. 출판조합은 추가로 인근에 연면적 1만4214㎡ 규모의 ‘파주 적성 물류센터’를 짓고 있다. 오는 11월 완공될 예정이다. 이곳에선 총 2000만 권의 책을 보관·유통할 수 있다. 자동화 시스템 설비를 구축한 스마트물류센터로 짓는다는 점도 특징이다.

물류센터에 도서가 입고되면 크기, 무게 등 도서에 관한 이력이 데이터로 저장된다. 이어 분류, 보관, 포장, 출고 등 거의 모든 과정이 자동화 시스템으로 운영돼 하루 최대 10만여 권의 출고를 소화할 수 있다. 출판조합은 지난달 ‘온·오프라인 연계(O2O) 플랫폼’ 사업도 시작했다. 플랫폼을 통해 회원사들이 독자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는 서비스 시스템이다. SNS를 활용한 마케팅 서비스도 지원하고 있다. 출판조합 측은 비대면 시대에 효과적인 판매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권 이사장은 출판인들이 처리하지 못하는 걸 해주는 것이 조합 본연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조합은 스스로 이익을 내는 곳이 아니라 조합원의 이익을 대변하고 이익이 나도록 돕는 곳”이라며 “출판인들은 책만 열심히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이정선 기자 leew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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