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내년에 교육을 제외한 전 부문에서 예산을 증액하기로 했다. 가장 많이 투입되는 분야는 복지와 고용으로 200조원에 이른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총예산의 30% 이상이 배정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확충 취지지만, 민간 투자나 일자리를 늘리는 데 더 많은 예산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1일 발표한 ‘2021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보건·복지·고용 부문 예산은 199조9000억원이다. 올해 예산보다 19조4000억원(10.7%) 늘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129조5000억원)에 비해 70조4000억원(54.4%) 증가했다.
정부는 내년에 30조6000억원을 일자리 예산으로 책정했다. 이 중 30%가량인 8조6000억원을 투입해 206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재정을 투입해 마련하는 공공부문 직접일자리가 103만 개다. 또 1조2000억원의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해 근로자 45만 명의 일자리를 지키기로 했다. 나머지 57만 개는 각종 지원금을 통해 민간부문에서 창출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고용창출 장려금과 구직촉진수당을 주면서 청년과 중장년층의 민간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계획이지만 기업이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예술인과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의 고용보험 가입을 위해 재정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46만5000명에게 고용보험료 80%를 대신 내주기로 하고 예산 691억원을 편성했다. 또 실직자에게 최장 9개월간 평균임금의 60%를 지급하는 구직급여(실업급여) 예산으로 올해보다 19% 늘어난 11조3486억원을 배정했다. 취약계층의 취업을 지원하는 ‘국민취업지원 제도’ 예산(1조2048억원)도 올해보다 85% 늘렸다. 이 돈은 저소득층 30만 명과 청년 10만 명에게 구직촉진수당을 월 50만원씩 6개월간 지급하는 데 쓰인다.
정부는 아울러 만 65세 이상 중 소득 하위 70% 계층에 지급하는 기초연금과 장애인연금 대상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월 30만원을 지급하는 기초연금 대상을 수급자 전체로 확대한다. 장애인연금 전체 수급자도 월 30만원씩 받을 수 있게 한다.
기초연금은 현재 단독가구 기준으로 소득 하위 40%는 월 최대 30만원을 받을 수 있지만 하위 40∼70%의 최대 급여는 월 25만5000원이다. 장애인연금도 소득 수준에 따라 지급액이 월 25만4000원, 30만원으로 구분돼 있다. 정부는 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기준과 저소득층의 생계급여 수급 기준을 완화해 수령액과 대상을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 등에 쓰일 공공 투자액도 늘렸다. 코로나19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재정이 투자 버팀목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다. “민간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며 정책자금을 올해보다 18조4000억원 늘린 72조9000억원으로 책정했다.
다른 예산이 늘자 매년 복지와 고용 다음으로 많은 돈을 쓰던 교육 예산은 줄었다. 내년 교육부문 예산은 71조원으로 올해(72조6000억원)보다 1조6000억원(-2.2%) 감소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교육 예산이 줄어든 건 처음이다. 교육 예산은 2018년(11.7%) 2019년(10.1%)에 두 자릿수로 늘었고, 올해엔 2.6% 증가했다. 내년 국세가 올해보다 9조원가량 줄어 국세 총액의 20%만큼 할당되는 지방교육교부금이 감소해 교육 예산이 줄었다는 게 기획재정부의 설명이다.
남북한 관계 경색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내년 남북협력기금은 올해보다 3.1% 늘어난 1조2400억원 규모로 편성했다. 134억원을 들여 30만 명이 넘는 국군 병사가 모두 단체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했다.
정인설/구은서/임락근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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