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건전성 악화 막자"…은행채 발행 사상 최대

입력 2020-09-01 17:17   수정 2020-09-02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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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은행들의 채권 발행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지원과 초저금리 시대의 재테크 전략 변화 등에 따른 자금 유출 충격을 방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1~8월 은행채 발행액은 118조4100억원으로, 전년 동기(90조1800억원) 대비 31.1% 증가했다. 연도별 같은 기간 기준으로 1년 만에 사상 최대치를 새로 썼다. 연간 총 발행액도 가뿐히 작년 수준(134조9100억원)을 넘어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할 것이 유력하다는 평가다.

은행들은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에도 적극적이다. 2018년 말 약 8조원이었던 은행 CD 발행 잔액이 올 8월 말 14조8000억원까지 불어났다. 금융당국이 은행 예대율 산정 과정에서 CD를 예수금의 1%까지 인정해 주기로 하면서 나타난 변화다.

은행권이 공격적으로 자금 조달에 나서는 것은 최근 연이은 자금 유출로 인한 자산 건전성 악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은행은 올 들어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받은 기업과 소상공인 등을 지원하는 데 대규모 자금을 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국내 예금은행의 기업 대출 잔액은 약 955조원으로, 작년 말(869조원) 대비 86조원 증가했다. 가계 대출 잔액(936조원) 또한 올 들어서만 48조원가량 늘었다.

금리 하락으로 예금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변수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약 707조원으로, 작년 말보다 9조원가량 감소했다.

이 같은 변화에 은행 건전성 지표는 조금씩 나빠지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국내 은행들의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은 103%로, 코로나19가 대유행 국면에 돌입한 지난 3월 말(112%)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LCR은 앞으로 한 달간 예상되는 순현금 유출액 대비 고유동성 자산(현금화가 쉬운 자산)의 비율이다.

최근 금융위가 LCR 최저 권고치를 100%에서 85%로 낮추는 규제 완화의 종료 시점을 이달 말에서 내년 3월 말로 연장하며 한숨 돌렸지만, 여전히 유동성 관리가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는 평가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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