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한국전력과 금융기관의 해외 석탄발전사업 참여를 금지하는 내용의 ‘해외석탄발전투자금지 4법’을 추진하자 중소기업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 법이 시행되면 석탄발전 수출 사업이 막혀 세계 최고 친환경 석탄발전 기술을 보유한 국내 관련 산업 생태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몽골 울란바토르 동쪽에 건립 예정인 최대 20조원 규모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을 따낸 BKB컨소시엄은 1일 국내 1000여 개 석탄화력발전 관련 협력 업체 목소리를 담아 법안 발의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국회와 정부가 4법을 강행하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헌법소원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관련 법안을 반대하는 청원이 올라와 3800여 명의 동의를 받은 상태다.
▶본지 8월 24일자 A1, 4면 참조
BKB컨소시엄에 따르면 정부가 석탄화력발전 수출을 규제하면 금융권 차입이 막혀 이 컨소시엄 측은 20조원의 사업 기회를 날리게 된다. 내년부터 수은과 금융주관사 하나금융투자 등의 자금을 받아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이 컨소시엄에는 국내 대형 건설사를 비롯해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계열사인 GE파워, 인프라 개발사업자(디벨로퍼)인 BKB 등 대·중소기업 일곱 곳이 참여하고 있다. 이 사업에 연관된 국내 중소기업만 40~50곳이다.
컨소시엄은 향후 50년간 이 발전소 운영권을 확보했다. 현지에 발전소 직원 가족이 머물 스마트 도시도 착공해 총 50조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기대해왔다. 정시우 BKB 회장은 “벌써부터 중국 업체들이 몽골 정부에 ‘한국 업체들의 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하고 다닌다”고 토로했다.
컨소시엄은 이날 성명에서 “공청회 한 번 거치지도 않고 일부 의견만 반영된 것은 우리 헌법과 법률이 규정한 절차적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해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나라들은 엄청난 지원 정책으로 해외 수주를 독려하고 있다”며 “세계 시장을 포기한다면 우리 일감을 중국과 일본에 빼앗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이 빠져나가면 기술력이 낮은 중국 업체가 대거 사업을 맡을 것”이라며 “글로벌 대기환경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발전소 설계에 국제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데다 탈황설비 성능이 한국 업체보다 떨어져 대기오염 피해가 크다는 지적이다. 중국 상하이전력이 베트남에 건설한 빈탄2석탄화력발전소는 불완전 연소에 의한 유해가스와 먼지 대량 배출로 베트남 환경당국으로부터 벌금을 부과받았다. 중국 하얼빈기자재(CMEC)가 건설한 스리랑카 발전소도 잦은 고장과 오작동으로 발주처의 의사결정권이 상실된 상태다.
이에 따라 한전이 추진하는 베트남 내 1200㎿급 석탄발전소를 짓는 22억달러 규모 붕앙 2사업도 당분간 중단될 전망이다. 베트남 측은 올해 세 차례 한전에 조속한 사업 참여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안대규/성수영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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