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계에 ‘배달 2차 전쟁’이 시작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점포 방문 대신 배달 주문이 늘어나면서 외식 점포마다 새롭게 배달 메뉴를 개발하거나 배달 인력을 구하느라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배달 인력을 구하지 못한 점포는 어쩔 수 없는 휴업에 내몰리고 있다.
점주들도 자전거 배달
1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의 두 번째 습격은 콧대 높던 미쉐린 레스토랑들마저 바꿔놓고 있다. 내방객이 줄자 고급 레스토랑들도 배달 주문 메뉴를 개발하고 나선 것. 강민구 셰프의 밍글스, 임정식 셰프의 정식당, 김은희 셰프의 더그린테이블, 이준 셰프의 도우룸, 임기학 셰프의 레스쁘아뒤아부 등이 그런 사례다. 이들은 수십만원대 요리를 조리가 쉬운 밀키트 형태로 만들어 서울 강남구, 서초구 인근 가정에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쉐린 2~3스타 레스토랑들이 음식을 배달하고 나선 것은 코로나로 외식업계가 얼마나 큰 타격을 받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전문가들은 외식 프랜차이즈의 생존은 ‘도시락 전쟁’에서 판가름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채선당, 명륜진사갈비 등이 자본과 ‘인프라’를 무기로 도시락 전문점 브랜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병오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겸임교수는 “외식 점포들이 가정간편식이나 편의점 도시락 등에 밀려 더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품질도 품질이지만 배달 수요가 몰리면서 배달을 할 수 있느냐가 생존의 관건이 됐다”고 말했다. 일부 점포들은 배달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가족을 동원하고 있다. 서울 신사동에서 초밥집을 운영하는 한모씨는 “매장을 찾는 손님은 60~70% 줄었지만 포장과 배달 주문은 늘고 있다”며 “자전거를 3대 구매해 아내와 대학생 아들과 함께 배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도 동원하기 힘든 점포는 휴업까지 검토 중이다. 서울 목동의 한 횟집 사장은 “배달 지연으로 음식 맛에 대한 불만이 늘고 있다”며 “차라리 늦은 여름 휴가를 간다고 생각하고 휴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급팽창하는 배달시장
배달 주문 폭주로 배달업은 새로운 산업군으로 분류해도 될 만큼 빠르게 성장 중이다. 로켓배송으로 급부상한 쿠팡이 고용한 인력(6월 말 국민연금 납부자 기준)은 약 3만7000명으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쿠팡은 최근 1년간(작년 6월~올 6월) 약 1만6000명을 고용했다. 배달맨들의 수입은 대기업 직원이 부럽지 않을 정도다. 배달의민족 라이더는 지난해 평균 약 4800만원을 벌었다. 쿠팡이츠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하루 가장 많은 급여를 받은 ‘쿠친’은 강남구 소속으로 총 47만1100원의 수입을 올렸다. 배달대행업체인 바로고도 지난달 말 배달원 1000명을 신규 채용한다는 공고를 냈다.편의점까지 배달 전쟁에 가세하면서 배달 산업의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GS25가 지난달 선보인 도보배달 플랫폼 ‘우딜’만 해도 채 한 달도 안돼 약 9000명의 배달원이 몰렸다. GS리테일 관계자는 “8월 한 달간 목표는 3000명 정도였다”며 “당초 예상보다 세 배가량 몰려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유통업체들은 ‘온라인 장보기’ 시장을 놓고 치열한 배달 경쟁을 벌이고 있다. 롯데의 통합 쇼핑몰인 롯데온은 롯데마트몰 코너의 주말 매출(8월 27~30일)이 2주 전과 비교해 21.8% 증가했다. 대형마트와 달리 신선식품 저장 능력에 한계가 있는 마켓컬리 등 신생업체들은 일부 품목에 한해 품절 사태까지 겪고 있다. 배달플랫폼 업체까지 신선식품 배달에 가세했다. 배달의민족이 B마트를 내놓자 요기요도 자체 장보기 서비스인 ‘요기요 스토어’를 준비 중이다.
박동휘/김보라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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