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재용 기소] 수사심의위 권고, 입맛따라 선택적으로 수용하는 검찰

입력 2020-09-01 14:31   수정 2020-09-01 14:42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기소를 계기로 검찰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내린 결론을 입맛에 따라 선택적으로 수용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법조계에선 수사심의위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수사심의위는 검찰이 아닌 외부 전문가들의 시각에서 수사 계속 여부, 기소 여부 등을 판단받도록 하는 제도다. 검찰권 남용을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2018년 도입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초까지 열린 8차례의 수사심의위에선 검찰은 모두 위원회 의견을 수용했다. 69명의 사상자를 낸 ‘제천 화재 참사’ 당시 현장을 지휘한 소방관들의 업무상과실치사 사건, 아사히글라스의 ‘불법 파견’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비교적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사건들이라는 점이다. 또 사건관계인이 아닌 검찰이 소집을 요청한 사례가 7건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하지만 대검 예규인 수사심의위 운영지침에 따르면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이 수사심의위의 심의 대상이다. 또 검찰권 견제를 위해 사건관계인에게도 소집 요청 권한을 부여한 것이 제도의 취지다.

그럼에도 검찰은 최근 이 같은 취지에 부합하는 대표적인 두 사건에서 위원회 의견을 따르지 않았다. ‘채널A 강압취재 의혹’ 수사와 관련, 수사심의위는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수사 중단을 권고했지만 검찰은 이를 따르지 않고 한 검사장에 대한 압수영장을 집행하는 등 수사를 이어갔다. 이어 이날 이 부회장을 불기소하라는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어겼다.

물론 수사심의위의 결론은 ‘권고적 효력’만 지닐 뿐 구속력은 없다. 하지만 검찰이 이 부회장이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한 직후 구속영장을 청구한 점 등을 감안할 때, 검찰이 삼성 수사와 관련해 애초에 수사심의위 의견을 존중할 마음이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에선 구속영장 청구는 기소를 전제한다고 본다. 채널A 수사에서도 수사심의위 개최 전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서초동 법조타운의 한 변호사는 “현재 사건 관계인이 수사심의위를 신청할 때 기소 여부, 수사계속 여부 등이 아닌 구속 여부 등 신병과 관련한 심의는 요청할 수 없다”며 “사건관계인도 구속 여부에 대해 심의를 요청할 수 있게 하거나, 검찰이 수사심의위 전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을 제한하는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사립대학의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심의위 결론이 3분의 2 이상 등 절대 다수로 모아지면 기속력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삼성 사건을 계기로 수사심의위 위원 선정의 공정성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수사심의위에도 위원들에 대한 회피 및 기피 제도가 있다. 하지만 당사자가 편향된 결정을 내릴 우려가 있다고 스스로 회피를 신청하지 않는 이상, 검찰이나 변호인 측이 특정 위원을 지목해 기피 신청을 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보안 및 로비 방지 등을 이유로 수사심의위 당일에서야 검찰과 변호인 측에 공개되기 때문에 기피 여부를 검토할 물리적 시간이 부족해서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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