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매직, 보아·원더걸스·싸이…K팝 빌보드 도전 정점 찍었다 [이슈+]

입력 2020-09-01 09:47   수정 2020-09-01 10:11


또 한 번 방탄소년단의 꿈이 현실이 됐다. 그간 여러 K팝 아티스트들이 도전했지만 끝내 오르지 못했던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1위 고지를 밟았다.

빌보드는 31일(현지시간)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핫 100' 차트에 1위로 데뷔했다고 밝혔다.

한국 가수가 빌보드 '핫 100' 1위에 오른 것은 방탄소년단이 최초다. 아울러 아시아 가수가 이 차트 정상에 오르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며, 역대 빌보드에서 발매 첫 주차에 '핫 100' 1위를 한 것은 단 42곡에 불과해 더욱 의미가 크다.

그간 한국 가수들은 꾸준히 빌보드의 문을 두드려왔고, 정상에도 도전해왔다. 그 첫 주자는 '아시아의 별' 보아였다. 보아는 2009년 미국 정규앨범을 '빌보드 200' 127위에 올렸다. '빌보드 200'의 경우 앨범 판매를 집계하는 차트인 만큼, 이후 탄탄한 팬덤을 기반으로 하는 K팝 그룹들이 차차 이 차트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2012년 소녀시대 유닛(소그룹) 태티서, 빅뱅, 지드래곤 등과 2014∼2015년 투애니원, 소녀시대, 태양, 엑소 등이 이 차트에 진입했다. 그러나 빅뱅 '얼라이브'(150위), 소녀시대-태티서 '트윙클'(126위), 빅뱅 지드래곤 '원 오브 어 카인드'(161위), 소녀시대 '미스터 미스터'(110위), 2NE1 '크러쉬'(61위), 엑소 '오버도스'(129위) '엑소더스'(95위) '더 워'(87위), 빅뱅 태양 '라이즈'(112위) 등 대부분이 100위권 대였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슈퍼엠, 몬스타엑스, NCT127, 블랙핑크 등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200'에서의 강세가 뚜렷했다. 2015년 '화양연화 파트.2'로 '빌보드 200'에 171위로 처음 진입해 이후 발표한 3개 앨범도 모두 차트 안에 들었으며, 2017년에는 '러브 유어셀프 승 허'로 7위를 기록하며 10위권 내에 진입했다. 이어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 '맵 오브 더 솔: 7'까지 1년 9개월간 4개 앨범을 연속으로 1위에 올렸다.

그러나 유독 고지에 오르기 힘든 게 '핫 100' 차트였다. 이 차트는 음원 판매, 스트리밍, 유튜브 조회수 등에 라디오 방송 횟수가 더해진다. 현지 매체의 방송 횟수 때문에 대중적 인기도를 더 직접적으로 반영한다는 평가가 따르지만 보수적인 미국 라디오에서 한국어 노래가 방송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빌보드 200'에는 다수의 K팝 그룹들이 이름을 올린 반면, '핫 100'에 랭크된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핫 100'에 가장 먼저 이름을 올린 팀은 원더걸스로, 이들은 2009년 '노바디'로 76위를 기록했다. 이후 2012년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7주 연속 2위를 기록했으나 끝내 1위 자리엔 오르지 못했다. 또 싸이는 이듬해 '젠틀맨'으로 5위를 차지했다.

방탄소년단은 2017년 'DNA'로 '핫 100'에 67위로 첫 진입했고, '빌보드 200'에 비하면 더딘 속도이긴 했지만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보여왔다. '핫 100'에서 꾸준한 순위 상승을 이끌어냈다. 'DNA'에 이어 2018년 '페이크 러브(FAKE LOVE)'로 톱 10에 들었고, 지난해 '작은 것들을 위한 시'로 8위, 그리고 올해 '온(ON)'으로 4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마침내 데뷔 후 첫 영어곡이자 디지털 싱글 형태로 발표한 '다이너마이트'로 '핫 100' 1위를 달성했다. 빌보드에 따르면 1963년 일본 출신 가수 사카모토 규의 '스키야키'가 아시아 가수로서는 처음으로 '핫 100' 1위를 기록했고 2010년에는 한국계 멤버가 포함된 미국의 일렉트로닉 그룹 파 이스트 무브먼트가 '라이크 어 지 식스'(Like A G6)로 1위에 올랐다.

앞서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200' 1위, '핫 100' 10위권대 진입, 그래미 어워즈 진출 등을 목표로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이것들을 하나씩 달성해냈고, 마침내 한국 가수들에게 '성역'처럼 여겨지던 '핫 100' 1위까지 이뤄냈다. 그야말로 '말하는대로' 매직이다. 특히 방탄소년단의 '핫 100' 1위는 비영어권 가수가 넘기 힘든 벽이 존재하는 미국 음악시장에서 거둔 성과로 더욱 박수를 받고 있다. 이는 한국 가수를 넘어 아시아 가수로서도 유의미한 기록이라 할 수 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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