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상품에 가입할 때 소비자들은 ‘계약 전 알릴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과거에 질병을 앓았거나 수술한 이력 등이 있다면 보험사에 미리 정확하게 알려줄 의무가 있다. 이를 소홀히 했다가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 보니 소비자들은 ‘어디까지 말해야 하나’를 고민하곤 한다.
손해보험협회가 최근 발간한 ‘손해보험 소비자상담 주요 사례집’을 통해 이런 궁금증에 대한 명쾌한 답을 내놨다. “보험사가 물어본 것에만 답하면 된다”는 것이다. 대부분 보험상품의 표준약관에는 계약 전 알릴 의무의 대상을 ‘청약서에서 질문한 사항’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협회 측은 “상법상으로는 청약서에 없더라도 중요한 사항을 고지해야 하지만 이를 수동적 고지의무(묻는 것만 답변)로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며 “대다수 보험약관에는 이미 수동적 고지의무가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례집에 따르면 전동휠체어 운행 중 대물사고도 보상이 가능하다. 약관에는 차량 사고를 보상하지 않는다고 돼 있는데, 전동휠체어를 차량으로 볼 수 있는지를 놓고 보험업계 의견이 갈렸다. 협회 측은 보험사에 책임이 있다는 해석을 내려 논란을 정리했다. 도로교통법과 보행안전법을 고려할 때 “전동휠체어는 차량에서 제외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법률 자문 결과를 토대로 했다.
산업재해사고와 교통사고에 동시에 해당하는 피해를 봤다면, 산재보험과 자동차보험에서 모두 보장받을 수 있다. 다만 비슷한 손해에 대해 중복으로 보험금을 받을 수는 없다. 한쪽 보험에서 한도를 초과했거나 지급하지 않은 금액에 한해 다른 보험에 추가로 청구할 수 있다. 협회는 “전체 금액이 많이 산출되는 보험에 먼저 청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조언했다.
교통사고가 나서 형사 합의가 필요할 때 주의해야 할 내용도 사례집에 담겼다. 형사합의금은 민사상 손해배상금 외에 형사처벌 감면을 목적으로 지급하는 별도의 합의금으로 12대 중과실, 도주, 피해자 사망·중상해 등에 해당한다. 그런데 법원의 민사소송 판결에서 형사합의금이 공제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형사합의서에 “민사상 손해배상금과 별개”이며 “형사합의금을 피해자에게 양도한다”는 문구를 반드시 적어야 한다고 협회 측은 조언했다.
해외에 장기 출장, 연수 등으로 장기간 머물게 됐다면 ‘실손의료보험 중지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실손보험은 해외에서 발생한 의료비를 보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손보험을 든 보험사에 3개월 이상의 기간으로 ‘해외 실손보험’에 가입하면 국내 실손보험 보험료 납입을 일정 기간 중지할 수 있다. 또 중지 기간이 끝나면 국내 실손보험 계약이 자동으로 되살아난다. 해외 실손보험에 가입하지 않거나 다른 보험사에서 해외 실손보험을 들었다면, 3개월 이상 해외 체류 사실을 입증해 보험료를 돌려받을 수 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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