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히포크라테스 선서' 언급에 뿔난 의료계 "취임 선서는?"

입력 2020-09-01 10:03   수정 2020-09-01 10:05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에 반발해 파업하고 있는 의료계를 향해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 번째로 생각하겠노라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복귀를 촉구했다.

그러자 의료계에서는 "히포크라테스 말하기 전에 대한민국 헌법부터 읽어 보라" "취임선서나 잊지 말라" 등의 반발이 쏟아졌다.

한 현직 의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제발 히포크라테스 이야기 그만하라"며 "히포크라테스도 지금 한국에 있었으면 파업에 동참한다"고 주장했다.

지상욱 전 미래통합당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정작 대통령께서는 취임선서를 잊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배우 심은하 씨의 남편으로 유명한 지상욱 전 의원은 "대통령이 의료진을 작심 비판했지만 따지고보면 이 국면은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 코로나(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 최일선에서 고생한 의료진을 격려할 시기에 오히려 그들을 자극했다"고 짚었다. 이어 "정책의 방향성과 시기에 문제가 있었다. 국민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기억하라는 대통령 말씀처럼, 대통령도 취임사를 상기하고, 기억해 주시길 바라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상욱 전 의원은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국민과 소통하겠다' '제왕적 권력을 나누겠다' '권력기관을 정치로부터 독립시키겠다' '야당과 대화하겠다' '지지여부와 관계없이 인재를 찾아 나서겠다' '가장 먼저 일자리를 챙기겠다' 주옥같은 말들"이라며 "그런데 대통령께서 취임사 내용을 잊은 것 같다. 의료진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잊으면 안되듯 대통령께서도 취임사를 잊으시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문 대통령이 취임연설에서 했던 30가지 약속 중 지켜진 것은 단 1개"라며 "문 대통령이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약속만 지켰다"고 비꼬았다.

진중권 전 교수는 '지금의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습니다'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습니다' '퇴근길에는 시장에 들러 마주치는 시민과 격의없는 대화를 나누겠습니다' '권력기관은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습니다' '안보 위기도 서둘러 해결하겠습니다' 등 문 대통령이 한 30가지 약속을 나열하며 모두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의사가 있어야 할 곳은 환자 곁"이라며 "엄중한 국면에 의료계가 집단적인 진료 거부를 중단하지 않아 대단히 유감"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코로나가 위중한 상황에서 의료 공백만은 막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여러 차례 양보안을 제시했고, 합의가 이뤄져 해결이 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면서 "의사들이 의료 현장으로 돌아오는 데 그 이상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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