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서점·출판사 10 곳 중 7곳, 현행 도서정가제 지지

입력 2020-09-01 12:20   수정 2020-09-01 13:01


전국 서점 및 출판사 10곳 중 7곳이 현행 도서정가제 유지에 찬성 입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출판인회의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한국출판인회의 회원사 및 인터파크송인서적 채권단에 속한 2500개 출판사와 한국서점조합연합회 회원사 1500개를 포함한 전국 서점 2100개 등 총 4600곳을 대상으로 긴급여론조사를 실시했다. 8월 19일부터 4일간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여론조사엔 1001개사 의견이 반영됐다.

먼저 현행 도서정가제가 출판 생태계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자는 67.3%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응답자(16.3%)보다 4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도움이 된다는 의견은 서점(71.6%)과 출판사(66.7%) 모두 비슷하게 나타났다. 도서정가제가 구체적으로 어디에 도움이 됐는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들은 '경쟁 완화'(58%), '공급률 안정'(54%)을 가장 많이 꼽았다.

출판사는 '공급률 안정'이 74.7%로 가장 도움이 된다고 했다. 2014년 이전까지 무분별한 할인이 관행적으로 이뤄지면서 서점에 보내는 도서 공급률이 낮아지며 경영수지 악화를 경험한 출판사들이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공급률이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면서 경영에 도움이 된다는 견해를 보인 것이다. 반면 서점은 '경쟁 완화'를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2014년 이전에 구간 할인과 납품 할인 등이 극심해지면서 경영에 애로를 겪었지만 현재는 서점간 제 살 깎아 먹기 식 할인 경쟁이 줄어들면서 경영에 안정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서점 창업과 활성화에 있어서도 도서정가제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서정가제가 동네 서점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는 의견은 64.7%로 도움이 안 된다(19.9%)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동네 서점의 쇠퇴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의견 역시 61.3%로 도움이 안 된다(19.8%)보다 높았다. 이 같은 응답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동네 서점 전용앱인 퍼니플랜 발표에 따르면 2020년 5월 기준 전국의 독립 서점은 583개로 2014년에 100개가 안 되었던 것과 비교하면 5배가 넘게 증가했다. 이전부터 영업했던 동네 서점과 합치면 현재의 서점 수는 2015년 2165개보다 약 7% 이상 늘어난 2300개를 넘었다.

5권 이상 10권 미만의 신간을 발행하는 중소 규모 출판사 역시 창업에 ‘도움이 됐다’는 응답이 57%로 높게 나타났다. 사업 기간도 10년 미만이 55.3%로 높아서 도서정가제가 출판사 창업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전국 출판사 수는 2014년 4만4148개에서 2018년 6만1084개로 1만6936개 이상 늘어나는 등 수치상으로 38% 이상 증가했다.

정부가 ‘소비자 후생’이라는 용어로 책값 할인을 통해 소비자가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논리를 펴고 있는 것 역시 실제 현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서정가제가 책값 거품을 걷어내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의견이 52.3%,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은 25.1%로 나타났다.

조사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6.6%가 현행 도서정가제가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출판사는 강화가 39.4%, 유지가 32.2%, 반면 서점은 강화가 68.9%로 유지(23.8%)보다 3배 정도 높게 나타났다. 정부와 출판문화산업계의 합의안에 대한 지지 여부에 대해선 응답자의 과반(56.4%)은 합의안이 지켜져야 한다고 답했다. 합의안이 변경될 수도 있다는 의견(15.5%)에 비해 크게 높았다.

이번 긴급 여론조사는 지난 7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도서정가제에 대한 민관협의체의 합의안을 무시하고 도서정가제 전면 재검토를 일방 통보하면서 촉발됐다. 출판인회의 측은 "도서정가제를 사수해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출판 생태계 지킴이라 할 수 있는 작은 출판사와 동네 서점 종사자에게 도서정가제가 실제로 출판 및 서점 업에 도움이 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었다"고 조사 취지를 설명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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