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B급 회사채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장기 기업어음(CP)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BBB급 회사채 비중은 2005년 31%에서 금융위기 이후 10% 내외로, 2020년(올 1월 말 기준)에는 5%까지 축소됐다. 이에 비해 A급 이상은 올 들어 전체의 83%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AA급 이상은 2005년 20% 안팎에서 2020년 50%를 웃도는 수준까지 증가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A급 이상 채권의 신규 평가 증가, BBB급의 등급 상향, 해운·건설 등 고위험 업종 BBB급의 부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회사채 시장이 대기업 저위험, 우량 채권 위주로 발행되면서 저신용등급 채권의 발행은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중소·중견기업은 채권담보부증권(P-CBO) 등 정책적 지원을 통해서만 발행이 가능한 상태다. 2013년 웅진·동양 사태 등으로 위험기피심리가 강화되면서 2013년 이후엔 A급 이하 채권의 순상환이 지속되기도 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금융당국이 BBB급 채권 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적격기관투자가(QIB) 제도는 자산 규모를 제한하고 있어 제대로 안착되지 못하고 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시작된 회사채 지원 프로그램 등도 한시적인 제도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나이스신용평가는 기관투자가의 내부 투자 기준을 완화하고 정교화해 위험선호도에 부합하는 수준에서 BBB급 이하 채권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실적인 방안으로 고수익 공모펀드 활성화를 꼽았다.
윤원식 나이스신용평가 평가정책본부 연구위원은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나왔지만 단기간 한시적으로 운영되면서 지원 제도의 효과가 일시적으로만 나타나 시장이 자생력을 갖지 못했다"며 "BBB급 이하 채권에 대한 인수 지원 프로그램을 상시적으로 운영하거나 회사채 시장을 잠식하며 시장 왜곡을 유발하는 장기 CP 제도를 폐지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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