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달 역대 최장수 장관 타이틀을 달 전망이다. 오는 22일, 그러니까 앞으로 3주 뒤면 3년 3개월을 재임하면서 기록을 깨게 된다. 이전에는 이명박 정부 때 3년 3개월 재임한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이었다.
김 장관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6월 취임해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처럼 부동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번번히 그를 흔드는 문제는 부동산(不動産) 문제였다. 정부 초기부터 살림을 꾸리다보니 김 장관은 부동산 정책의 얼굴이 됐다. 일반 국민들은 집값이나 전셋값, 각종 정책이 삐그덕거릴 때마다 김현미 장관을 떠올리게 됐다.
정부의 정책의도와 장담과는 다르게 시장이 흘러갈 때면, '부동산이 문제다', '부동산(대책)을 바꿔야 한다' 등의 말이 나온다. 이 따옴표에 부동산 대신 '김현미 장관'을 넣어도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과 김 장관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
김 장관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가 비판하는 건 아니다. 김 장관이 설명하는 정책이나 대책, 방안 등의 도입목적과 의도는 누구나 원하는 바이기 때문이다. 집을 투기하는 곳이 아닌 거주하는 곳으로 보고, 누구나 집에서는 맘 편히 쉴 수 있도록 하겠다는데 반대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의도가 좋다고 결과가 좋은 게 아니니 문제다. 부동산 대책들이 딱 그렇다. 정부를 지지했던 3040세대들이 올해들어 등을 돌리면서 지지율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아쉬울 수 있지만, 지지층의 입장에서는 3년 동안 많이 참았다고 해석이 가능하다.
3년이면 전세계약 한번은 경신했을 것이고, 신혼부부는 아이를 낳거나 자녀가 늘어나 가점이 늘어날 수 있는 시간이다. 이 시간동안 내놓은 대책만 스무번이 넘었다. 전세계약서 몇 번 써본게 다였을 젊은 세대들은 집을 찾기 시작했고, 그나마 싼 곳부터 집을 샀다. 부동산 때문에 수년간 느낀 피로함과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서였다.
위로가 필요한 시기에 상처에 소금을 뿌린 건 김 장관이었다. 국민들의 마음을 공감하기는 커녕 '모르쇠'의 자세를 보였다. 문재인 정부의 실책을 '상소문' 형태로 지적해 화제를 끈 '시무 7조'를 읽어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40만명 이상이 서명하고 기사화되고 회자됐던 글이다. 부동산 실책 지적이 주요 내용이다.
30대들이 온갖 돈을 끌어서 집을 사는 것을 일컫는 말인 '영끌'(영혼을 끌어 모은다)이라는 단어는 알고 있었던 장관이다. 심지어 영끌하는 30대들에 대해 안타깝다는 평가까지 공개적으로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분양이 더 나올 것이다'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조금만 기다리라는 말을 3년 넘게 믿고 있었던 젊은층이라면 이러한 김 장관의 언급을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러한 와중에 최근에는 김현미 장관의 유튜브 채널이 화제다. 과거 총선당시 만들어놓고 활동을 거의 안한 채널이지만, 공식 프로필에서 링크가 되는 채널이다. 유튜브 채널의 구독정보가 알려지면서 부동산 커뮤니티는 물론 카페와 단체 채팅방에서는 아연실색(啞然失色)하고 있다. 그가 즐겨찾는 부동산 채널은 모두 시장을 비관적으로 보는 채널이어서다.
시장에는 늘 상승요소가 하락요소가 공존한다. 이러한 요소 중에서도 하락 전망을 주로 다루는 채널들만 김 장관의 즐겨찾기다. 국토교통부가 유튜브 채널을 단속하겠다고 나서겠다고 발표할 때마다 '정책에 반하는 내용을 다루는 유튜버를 압박용이 아니냐'는 세간의 추측에 힘이 실리는 부분이다. 화제가 되는 것을 의식했는지, 오후 3시 현재 김 장관의 구독채널들은 아예 없는 것으로 표시되고 있다.
부동산 유튜브를 보는 건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균형잡힌 시각을 잡아줄 최소한의 추 마저도 없다는 점이다. 비관론자들만 구독하는 김 장관에게 시무 7조를 들먹이면서 '집값이 올라서 죽겠다', '전셋값 때문에 힘들다'는 얘기는 애당초 공감을 얻지 못한 꺼리였는지 모른다.
김현미 장관이 2017년 8·2부동산대책을 내놓고 시장에 대해 인터뷰한 내용은 청와대 유튜브에 걸려있다. 3년 전 김 장관은 "공급은 부족하지 않고,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혜택을 주겠다"고 말했다. 수도권에서 주택공급을 쏟아내고 임대사업자를 사실상 폐지하는 지금의 시점에서 보면 같은 사람인가 싶다. 댓글에는 '성지순례 왔다', '반대로만 하면 부자된다는 그 곳이냐'는 비꼰 내용이 주를 이룬다.
김 장관은 이러한 비판적인 얘기를 직접 들을 때마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답한다. 책임을 묻는데 대답이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니 묻는 사람이 무안하지 않겠는가. 부탁이다. 자리에 연연하고 작은 국민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주기 바란다. 의도만큼 좋은 결과가 조금이라도 이어지길 소망해본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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