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개편 가능성 낮은데"…주가 급등한 삼성생명

입력 2020-09-02 16:56   수정 2020-09-03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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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출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약 8.5%를 매각하고 주주 환원을 늘릴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나오는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는 실현 가능성이 낮은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생명은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된 지난 1일 7.19% 급등했다가 2일엔 2.29% 하락했다. 주가는 한 달 동안 4만7350원에서 6만4100원으로 35% 뛰었다.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보험업법 개정안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1%(6월 말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현행법은 보험사의 손실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계열사 주식을 총자산의 3% 이하로만 보유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을 ‘취득원가’(현행법)가 아니라 ‘시장가격’으로 평가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삼성생명이 1980년대 취득한 삼성전자 지분의 취득원가는 약 5400억원이다. 시장가격으로 바꾸면 삼성전자 지분가치는 약 28조원으로 늘어난다. 삼성생명 총자산의 3%(약 9조원)까지 보유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20조원어치를 내다 팔아야 하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삼성물산이 나서서 전자 지분을 매입할 것으로 기대한다.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삼성물산은 보유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43.44%)을 삼성전자에 매각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삼성물산이 가지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가치는 약 22조원이다.

재계에선 이 같은 시나리오가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지분 매각으로 발생하는 법인세가 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돼 지나치게 비효율적인 거래라는 이유에서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 매입에 성공한다고 해도 문제가 또 있다. 총자산에서 자회사 주식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어서면 강제로 지주회사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지주회사로 전환되면 삼성물산은 자회사 지분을 20% 이상(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 시 30% 이상) 소유해야 한다.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은 5.01%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20~30% 보유하기 위해서는 삼성생명이나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한 후에도 수십조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삼성생명에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지분 처분에 따른 자본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으나, 저금리 환경에서 삼성전자의 안정적 배당수익률을 대체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된다”고 설명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 28조원어치를 보유해 지난해 7196억원의 배당수익을 얻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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